[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21대 총선 1년을 앞두고 ‘진짜 친문’들이 당으로 복귀하고 있다. 임종석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1기 멤버들과 함께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주인공이다. 두 인사는 문재인 정부 인사파동이 일 때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도쿄회동’ 사진을 공개하면서 친근감을 과시했다. 반면 겉으로는 태평스럽지만 긴장의 빛이 역력한 그룹이 이해찬 사단이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인재풀이 넓어졌다’고 환영하는 있지만 당권파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이 친문 주도로 치러지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총선은 1년이나 남았지만 물밑에선 치열하게 공천전쟁이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3월12일페이스북을 통해 일본동경에서 임종석 전 실장과 양정철 전 비서관이 함께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탁현민 자문위원 페이스북)
탁현민 위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종석 전실장과 양정철 전비서관이 함께있는 사진 공개했다. (사진=탁현민 페이스북)

 

- 원조친문+신친문 VS 당권파, 총선 주도권 다툼 ‘돌입’
- 임종석-양정철 ‘도쿄회동’, 2016년 ‘집단탈당’ 재현될 수도

‘진짜 친문’들의 당 복귀에 대해 일단 이해찬 당대표는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인재풀을 넓힌다’는 기조로 친문 인사들 입당에 적극적이라고 본다. ‘원조 친문’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양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외곽으로 돌며 ‘백의종군’을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양 전 비서관은 2월 중순 이 대표가 비정치적인 자리임을 내세워 추천한 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 자리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연구원’에서 ‘총선전략 컨트롤 타워’로

민주연구원은 그동안 ‘국책기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적으로 소외된 곳이다. 양 전 비서관이 취임하기 전 현직 원장은 김민석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추미애 당대표 시절 임명돼 오는 5월까지가 임기다. 김 전 의원이 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2017년 대선 직전으로 추 전 대표가 문재인 중앙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에 김 전 의원을 앉히려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반대하면서 무산되고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대선 이후 2018년 지방선거가 있었지만 민주연구원은 정책, 교육, 연구에만 치중했다. 선거의 핵심인 여론조사 기능을 중앙당에서 주관해 실시함으로써 선거전략 내지 기획에서 배제됐다. 지금도 민주연구원의 기능은 마찬가지다. 한 가지 변한 것은 실세 대표 밑에 대통령 측근인 양 전 비서관이 원장 자리에 온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친문에서는 “양비가 온 것은 비정치적인 자리이기 때문이지 총선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해찬 사단과 비주류 진영에서는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의 복심으로까지 불리는 양 전 비서관이 총선을 앞두고 단순히 교육, 정책, 연구를 위해 자리를 수락했다고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년 총선에서 ‘공천관련 청와대와 당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공천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양 전 비서관이라면 대통령을 대신해 이 대표와 공천과 총선 전략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해찬 사단과 비주류 진영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청와대 출신 신친문 인사들 역시 복당했거나 입당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점은 문재인 정부 1기 멤버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공감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인사들이라는 점과 함께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7인방으로 불리는 이들 청와대 1기 멤버 중 주목받는 인사는 임 전 실장이 아닌 백원우 전민정 비서관이다. 임 전 실장은 아랍에미리트 특별보좌관으로 당분간 당 활동은 자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백 전 비서관은 친노 강경파에 신친문 강경파로 알려진 인사다. 17, 18대 경기시흥갑에서 재선을 했고 조국 민정수석과 손발을 맞춰 인사스크린과 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한 민정비서관 출신이다.

특히 백 전 비서관은 당으로부터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백 전 비서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들 영입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군을 추리고 검증하는 자리를 맡게 된다는 점에서 이해찬 사단과 비주류 입장에서는 더욱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양정철-백원우 ‘투톱’에 임종석 ‘막후’ 역할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받기 전부터 백 전 비서관은 사석에서 “만약 기회가 주어지면 불출마를 각오하고라도 제대로 공천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는 2012년 총선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았을 때 공천 결과를 놓고 잡음이 많아 공천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한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친노 공천’이라고 당 안팎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분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지만 그렇다고 선거에서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없다. 일단 임 전 실장과 백 전 비서관은 각 각 전대협 의장과 전대협 연대국장으로 운동권 내 동지적 관계다.

또한 임 전 실장은 민주연구원으로 내정된 양정철 전 비서관하고는 최근 친근감을 과시하면서 막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3월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구 백수와 신백수’로 제목을 잡은 사진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비서관이 일본 도쿄 거리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박장대소하는 모습이다.

이 사진이 정치권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것은 당연하다. 양 전 비서관은 ‘원조친문’으로 최근 당 복귀를 앞두고 있고 임 전 실장은 문 정권 2인자로 ‘신친문’으로서 두 인사는 갈등설의 주인공이었다. 인사 때마다 두 사람 관련 악성 루머가 돌다 보니 임 전 비서실장은 현직일 때, 양 전 비서관 북콘서트에 ‘깜짝 출연’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런 두 인사가 일본에서 재차 박장대소하는 사진을 올린 것은 다분히 권력을 두고 경쟁 구도라든가 갈등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총선이라는 중차대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당 복귀를 예고하고 있는 두 사람이기에 여권에서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다.

또한 두 인사 간 갈등 내지 경쟁구도를 바라는 당 안팎의 인사들에게 간접적으로 보낸 경고장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총선을 앞두고 ‘원조친문’과 ‘신친문’이 손을 잡고 전면에서 치르기 위해 청와대 1기 멤버와 양 전 비서관이 당에 복귀한 배경이다.

그런데 두 인사 간 권력 다툼이 벌어지거나 갈등 징후가 나타날 경우 이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높다. 특히 비주류도 그렇지만 주류 중에서도 진골인 이해찬 사단 입장에서 내심 기대하는 바다.

현재 원내대표 선거가 대표적이다. 이해찬 사단의 대표적인 인사인 김태년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했지만 전대협 출신이자 86출신 이인영 의원이 출마하면서 3파전으로 흘러 당선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 측근으로 양 전 비서관과 함께 ‘3철’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은 김태년 의원이 아닌 이인영 의원을 지원한다는 소문도 김 의원에게 불안한 요소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1기 장관들 역시 속속 복귀를 앞두고 있다. 김부겸 행안부장관, 김영춘 해수부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등이 현역의원이다.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또한 홍종학 중소벤처부장관, 유영민 과학기술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 역시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이다. 모두 친문 인사로 보기는 힘들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인사들이다.

당이 총선을 앞두고 친문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힘은 청와대가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진짜 친문’으로 자리를 채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김영배 민정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 등이 청와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4인방이다.

친문 당 장악 시나리오...청와대가 ‘뒷배’?

노영민 비서실장은 친문이지만 친노와는 다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경선캠프는 친노 일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영입한 비노 인사가 바로 노 실장이다.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이목희 일자리부위원장 등이 공동선대본부장직을 맡았다. 강기정 정무수석도 마찬가지다. 강 수석은 정세균 후보 측 자문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친노 좌장 역할을 해 온 이해찬 대표와 친노 강경파 인사들이 다수인 이해찬 사단과는 결이 다른 ‘진짜 친문’으로 변신한 인사들이다. 또한 윤건영, 김영배, 민형배 3인방은 문 대통령이 새정치 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12월 측근 6명에게 20대 총선 불출마를 지시한 6인방의 일원이다.

나머지 3인방은 문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3철 중 양정철 전 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그리고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이다. 차 전 구청장은 현재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있다. 청와대를 ‘진짜 친문’과 ‘핵심 측근’이 포진한 상황에서 당까지 내년 총선을 통해 실질적으로 장악해 승리한다면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은 레임덕 없이 보내는 역대 유일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결국 내년 총선은 친문들의 여의도 입성을 위해서라도 ‘물갈이’와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럴 경우 주 타깃은 자신들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이해찬 사단, 특히 당권파에서는 “내년 총선 국면에서 이해찬 사단과 친문계가 충돌한다면, 당 내부 원심력은 극에 달해 20대총선처럼 집단 탈당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진짜 친문과 이해찬 사단 간 공천 전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의도에서는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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