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한껏 고무돼 있다. 한국당은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를 5% 이내로 좁혔다. 논란이 됐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두고도 “속이 시원하다”는 여론이 대다수다. 이대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려 4·3 재보선에서 필승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허니문 기간’에 취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상승세는 새 지도부 출범에 대한 일시적 현상일 뿐 여전히 황교안號의 앞길엔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의 고질적 문제인 계파 갈등 재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미 비박계·복당파 내부에선 황 대표의 친박 전면 배치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정치권은 4·3 재보선 결과에 주목한다. 만약 황 대표가 취임 후 첫 시험대로 평가되는 4·3 재보선에서 참패한다면, 오세훈 전 시장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복당파의 ‘황교안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 비박계, ‘절대 반지’ 공천권에 숨죽이고 있지만... 4·3 재보선 참패 시 ‘폭발’
- 朴 사면 카드? “비박계·복당파 결집 전 친박계의 ‘세 과시’ 일환”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공개한 3월2주차 주중집계(95% 신뢰 수준·표본오차 ±2.5%p)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p 오른 32.3%로 4주 연속 상승했다.

여당과 불과 5% 차이
한국당, 새 바람 불고 있지만...

이는 ‘5.18 망언’ 논란이 확산했던 2월2주 차(25.2%) 이후 1개월 만에 7.1%p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지지율 1위인 민주당과도 두 자릿수 격차에서 5% 이내의 한 자릿수로 좁히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 지지율은 11일에는 30.8%를 기록했다가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연설을 한 13일에는 32.4%로 상승했다. 보수층 지지율은 11일 58.7%에서 13일 69.5%로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 원내대표 발언이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에 대한 보수층과 중도층 일부의 기대감과 맞물려 지지층 결집 효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 내부에서도 최근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는 비대위에 대한 성토와 불만이 끊이지 않았지만,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면서 의원들이 대여투쟁에 화력을 모으는 모습이다.

황 대표 당선 후 첫 중진 연석회의는 당내에서도 ‘분위기가 이렇게 좋을 수 있나. 놀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도 총 의원 113명 중 102명이 참석하는 등 90%가 넘는 출석률을 보였다. 제21대 총선 공천권을 쥔 황교안 체제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거머쥔 공천권이라는 ‘절대 반지’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공천은 곧 국회의원의 생명줄과 다름없다. 황 대표는 친박계다. 비박계 복당파 입장에선 어떻게든 그의 눈에 들어 공천을 받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옴에도 비주류 계파의 입지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 전쟁을 해서라도 공천권을 가져오려 할 것이 자명하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총선 공천 과정을 지휘할 사무총장에 ‘원조 친박’으로 통하는 4선의 한선교 의원이 포진한 것은 계파 갈등 재발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된 초선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 민경욱 대변인, 이헌승 당대표 비서실장 모두 친박계로 분류된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골수 친박들은 아니지만 통상 친박으로 분류되거나 지난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분들이 대거 당직을 맡게 됐다”며 “황 대표 역시 지난 정부에서 총리와 법무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 역시 “한선교 의원이 탈박(脫朴)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비박계와 교감이 없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친박인 것이고, 비박계 김세연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됐다 해도 정책 예산이 반토막 나 의미 있는 보직이 아니다”라며 “도로 친박당 인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공천 파동’ 가능성...
吳 중심 비박계 결집

한국당 지도부가 일제히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친박계가 당의 요직을 장악한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을 향해 “박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돼 있었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구속된 상태로 재판이 계속되는 문제에 대해 국민의 여러 의견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선 전당대회 기간에 “과거로 되돌아가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던 것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나경원 원내대표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사면 문제는 정치적인 어떤 때가 되면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황 대표와 궤를 같이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상황을 놓고 정치권 일각은 ‘친박계의 비박계·복당파 견제’로 평가하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결집력이 약해진 비박계가 주요 선거를 앞두고 다시 뭉치기 전에 친박계가 ‘세 과시’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교안 號에서도 ‘공천 파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황교안號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는 4.3 재보선을 기점으로 비박계·복당파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개혁보수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구심점으로 세를 규합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그는 당대표 선출을 위해 실시한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50.2%를 득표, 황 대표를 12.5%P 차이로 제치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4·3 재보선에서 한국당이 참패한다면 비박계·복당파 입장에선 ‘명분’을 얻는 셈이 된다”라며 “그렇게 1년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총선 전까지 비박계·복당파는 ‘황교안 흔들기’에 올인하며 ‘비대위 구성론’을 주장할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집단 탈당 러시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총선 필패가 자명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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