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버닝썬 사태’로 그야말로 ‘불타는(Burnning) 코리아’로 변했다. 마약, 섹스 동영상, 성폭행에 경찰 고위급 인사와 유착의혹이 일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고 일부 여성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 여성들의 섹스 동영상이 유출되고 성폭행 피해자로 전락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만만찮다.

하지만 일부 매체가 이번 사태를 검경수사권 조정을 둔 검찰과 경찰의 파워 게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우려스럽다. 버닝썬 사태 초기 제보를 받은 국민인권위는 최근 경찰 조사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경찰은 못 믿겠다’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경찰 고위인사와 유명 연예인간 유착 의혹이 인 이상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것은 이해된다. 그렇다고 해서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이 중간에 끼어들어 수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또한 언론에서 검찰 조사가 경찰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출하는 것 역시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경찰 조사는 경찰조사이고 미진하면 검찰이 나서면 될 것을 ‘경찰 망신주기’를 통해 사법 개혁을 후퇴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신경전은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재조사를 받는 과정에 피해 여성이 공중파 방송에 출현해 ‘검찰을 못 믿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이 피해 여성은 “(별장 성접대가)굉장히 난잡하고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성 접대 내용이 많다”, “검찰에서는 제 진실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동영상에 나와서 했던 행위를 ‘한번 해보시라’고 시켰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또한 이 여성은 “별장주인이자 건설업자인 윤모씨가 자신에게 마약을 구해달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별장 윤씨가 ‘마약은 안했지만 최음제는 여자들한테 했다고 진술했다’고 얘기해 줬다”는 등 버닝썬 사태와 유사한 행위가 벌어졌음을 실토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혐의 처분 받았다.

두 사건은 우연치곤 흡사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유착 주체로 지목된 대상은 다르다. 하나는 경찰이고 하나는 검찰이다. 특히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과 검찰 악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막후에서 경찰 옹호세력과 검찰 비호세력이 ‘보이지 않게’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조정이고 버닝썬은 버닝썬이고 김학의 성접대 의혹은 의혹이다. 다 별건으로 애초 취지대로 하면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권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것으로 검찰의 저항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추진해야 하는 국정과제다.

버닝썬은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일부 유명 연예인이 대한민국 사회를 만만하게 보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놀다가 경찰 고위직과 유착돼 마약에 성폭행에 폭행까지 공공연히 일삼은 도덕적 일탈로 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환부를 도려내면 된다.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역시 김 전 차관이 ‘무혐의’를 받은 것에 대해 누가 비호했고 유착 관계인지를 조사해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밝히면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는 무관하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참에 검찰과 경찰이 각각 자신의 환부를 자신들이 스스로 도려내는 정면 승부를 펼쳐 결과에 따른 처분을 기다리는 게 이 시대의 사정기관 참모습이다. ‘제 식구 감싸기’나 ‘상대방 죽이기’위한 복마전은 펼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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