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행실 보니 ‘헉’…권력형 부정부패 영화 속 주인공 같아

문 닫힌 버닝썬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일명 ‘버닝썬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마약판매, 경찰유착, 몰카 촬영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마약 흡입을 둘러싸고 유명인들과 그의 측근들의 이름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버닝썬에 투자한 사람들의 실체가 일부 공개되면서 이들의 과거 행실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단순 투자가 아닌 특정 의도가 엿보인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들의 행실에 유력 정·재계 인물이나 그 주변인들의 이름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버닝썬 사태는 반향이 커지고 있다. 

‘경찰총장(?)’이 뒤 봐준다…‘권력 유착’으로 번지나
‘빙산의 일각’…피라미드 쟁점에서 떨고 있는 그들

문제가 되고 있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의 클럽 ‘버닝썬'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현재는 폐쇄됐다.

르메르디앙 호텔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업체 ‘전원산업'의 감사보고서(2017년 12월 31일)에 따르면 전원산업은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 원을 출자했다. 버닝썬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11월 22일 설립됐다. 이후 이 회사의 자본금이 변동 없이 500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감사보고서 발간 시점 당시 전원산업이 보유한 버닝썬엔터테인먼트 지분은 42%다.

최근 전원산업은 ‘버닝썬’이 마약 유통, 경찰의 유착 의혹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임대차 계약이 남아있음에도 지하 1층 임대계약을 해지했다. 또 버닝썬 이모 공동대표는 2017년 12월 1일부터 전원산업의 등기이사로 재직했으나 최근 전원산업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게다가 전원산업의 대표 최 모씨가 최근까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 씨가 ‘경찰 민원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 유착 의혹 - 전원사업, 유리홀딩스 진실은?

경찰청 예규 경찰발전위원회 운영규칙을 보면,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 경찰발전위원회는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참가할 수 없게 돼 있다.

최 대표의 경찰발전위원 위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지분 관계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최 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경찰발전위원에서 해촉됐다고 덧붙였지만, 버닝썬 사건이 최초 발생했을 당시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이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의원실의 확인 결과, 클럽 버닝썬이 소재한 강남 특급호텔의 사장이자, 버닝썬 초기 주요 투자자인 최 모 사장이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하며 강남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클럽 버닝썬에서 수많은 형사 사건이 벌어진 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러한 버닝썬 관계자가 아무런 검증 없이 경찰발전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관련 규정 위반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의심스러운 유착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승리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유리홀딩스의 공동대표였다. 유리홀딩스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의 주식 20%를 보유하고 있다. 유리홀딩스는 박한별 남편 유인석 씨와 승리 간 오랜 지인 관계에서 공동사업을 해보자는 취지로 2016년 출범했다. 유 씨의 성과 승리의 본명(이승현)에서 한자씩을 따서 ‘유리'라고 지었다.

유리홀딩스는 몽키뮤지엄, 아오리라멘, 투자회사 BC홀딩스 등이 자회사 형태로 있다.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심화되자 유리홀딩스는 승리를 공동대표에서 배제했다. 단독대표로 올라선 유 씨는 버닝썬에서 일어난 의혹에 대해 자신은 지분을 투자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어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유 씨는 지난 15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사임했다.

이런 가운데 유 씨가 연예인과 경찰을 연결해 준 핵심 인물이라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들의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공익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는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톡방에서 ‘내가 어제 유 씨가 경찰총장(?)과 문자하는 걸 봤는데 대단하더라' 이런 식의 얘기가 있다. 만약 (경찰과 연예인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직접 문자까지 주고받는 사이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 가수 정준영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에 2016년 7월께 단톡방 멤버 중 한 명인 ㄱ씨가 ‘옆 업소가 자신의 업소를 신고했는데 경찰총장한테 이야기했더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라는 취지의 대화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유 씨는 연예인의 음주운전 사건을 무마시켜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룹 에프티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씨는 2016년 2월 서울 용산구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뒤 유 씨에게 ‘음주운전 보도를 막아달라’는 청탁을 했다. 유씨는 대화방에서 최 씨에게 ‘유력자’를 통해 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최종훈 씨 측은 이날 “음주운전 적발은 사실이지만 경찰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최 씨는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거액 투자, 이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

‘대만 큰손' 린사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승리의 필리핀 팔라완 생일파티에서 VIP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 ‘린사모'는 대만의 특급 호텔 M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로 알려진다.

이 호텔은 5성급 호텔로 하루 숙박비가 300만 원을 훌쩍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현재 이 호텔의 인스타그램에도 승리와 지배인이 함께 호텔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이 게재돼 있다.

승리와 린사모는 한 명품 행사장에서 만나 둘도 없는 친분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린사모는 한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빅뱅 승리는 내 친한 친구"라고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승리가 팔로우하고 있는 린 사모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현재 비공개 상태다.

한 매체 보도에 의하면 린 사모는 승리의 팔라완 호화 생일파티에 참석한 이후,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로 25억 원을 투자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린 사모가 버닝썬에 실제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와 YG엔터테인먼트의 유착을 의심하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창업주의 아들을 승리와 무리하게 연결해 사실을 왜곡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신문 연예부장 출신의 김용호 씨는 지난 12일 자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네이버 이해진 총수 아들의 은밀한 취미(feat:버닝썬 승리)'라는 콘텐츠를 게시했다.

김 씨는 해당 콘텐츠를 통해 네이버의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에 주목했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지분투자 500억 원을 포함해 총 10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순식간에 당시 기준 9.14%의 지분을 확보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두 회사는 한류 콘텐츠 활용에 공동으로 나서는 한편 공동 사모투자펀드를 조성해 시장 투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와 만난 것처럼 네이버도 강력한 ICT 플랫폼 구축에 나서며 YG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콘텐츠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 씨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네이버 이해진 창업주의 아들인 이모씨가 클럽에서 DJ를 했으며 현재 이 씨는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더블랙레이블에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또 승리가 대표로 있는 DJ 소속사 YGX에 아티스트로 등록돼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네이버의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가 이해진 창업주 아들인 이모씨라는 연결고리로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는 김 씨의 문제제기는 타당하지만, 이 창업주의 아들을 무리하게 승리 논란과 결부해 논란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네이버의 성장엔진이 허망하게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 사건에 국정농단 세력이 개입했음을 암시하는 글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최순실(본명 최서원)씨와 승리와의 관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점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이…

이번 사건을 취재 중이라는 한 기자는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이들의 정점에는 국정농단 세력의 흔적들이 많습니다"라며 “이거 밝히려고 노승일이라는 사람과 같이 움직이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노승일 씨는 전 K스포츠재단 부장으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최초 내부고발자다.

승리가 속한 아이돌그룹 ‘빅뱅'은 2016년 8월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출발부터 표절 논란을 빚은 데 이어 개발사업을 주도했던 ‘크리에이티브아레나’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구속)인 정황이 드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승리의 소속사 YG계열사 YG케이플러스가 최순실 소유의 건물인 미승빌딩을 임대해 사용했던 전적도 논란을 가중시켰다. 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 사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역시 있었다. 당시 논란이 일자 의정부시는 “시가 먼저 YG에 제안해 케이팝 클러스터 조성 협약을 맺었다. 우선협상대상자 역시 민간 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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