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로보 어드바이저’ 시대 개막, 앞과 뒤
금융권 ‘로보 어드바이저’ 시대 개막, 앞과 뒤
  • 최서율 기자
  • 입력 2019-03-15 18:11
  • 승인 2019.03.15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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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지각변동 예고…기존 은행 바짝 긴장

[일요서울 | 최서율 기자] ‘로보 어드바이저’의 시대가 개막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국내 4대 은행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로 서비스에 가입하면 개인의 금융 관리 성향과 잘 맞는 추천 상품 4~5개가 5분 안에 제시된다.

소비자는 AI가 추천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 내에서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4대 은행 “금융 접근성, 비용 절감 효과 커”
AI, 아직 검증 필요…어떻게 변화할지 중요

처음 자산 관리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금융 상품이니 주식형 펀드니 하는 용어에 머리가 지끈거릴지 모른다. 이럴 때 인공지능(AI)이 자산 배분을 조언해 준다면 어떨까?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소비자가 어떻게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쉽게 알려 준다.

로봇이 내 통장 관리를?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란 로봇(robot)과 투자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은행마다 자체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비자의 투자 성향과 자산 규모, 연령대, 현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해 준다.

직접 사람을 마주하고 상담하지 않고도 온라인 환경에서 자산 배분 전략을 짜주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낮은 투자금 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일정 기간마다 자산 재배분도 조언한다. KEB하나은행의 ‘2018년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아직 1조 원 수준이지만 올해 2조 원 규모로 2배 늘고, 2020년에는 5조 원, 2025년에는 3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직장인 A씨(30)는 모바일로 신한은행 금융 AI인 ‘오로라’를 주로 사용한다며 “나도 잊고 있었던 내 자산을 오로라가 쉽게 관리해 준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스토어나 마켓에서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다음 초기 화면에서 ‘봇’ 또는 ‘챗봇’이라고 쓰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로보 어드바이저가 나타난다.

A씨는 “‘오로라’는 내 자산 현황에 맞춰 펀드도 추천해 준다. 얼마 전에는 주식형 펀드를 추천하더라”며 로보 어드바이저가 자산 관리에 얼마나 특화되어 있는지 설명했다.

실제로 핀테크 바람을 타고 로보 어드바이저에 관한 반응이 뜨겁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들 회사는 자산군별 ETF를 자동으로 자산배분하는 자체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상당 부분 구축했다. 두 업체는 증권사나 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어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제공하고 투자 일임이나 자문 수수료를 받거나, 온라인 펀드 판매사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로 자산배분을 하는 재간접펀드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업계와 손을 잡고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운영한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국내 4대 은행에서도 로보 어드바이저 운영이 활발하다. KB국민은행의 ‘케이봇-쌤’, 신한은행의 ‘오로라’(ORORA), 우리은행의 ‘알파’, KEB하나은행의 ‘하이 로보’(HAI ROBO)가 있다. 이 외에도 기업은행의 ‘아이 원 로보’, NH농협의 ‘NH로보-PRO' 등의 로보 어드바이저가 운영되고 있다.

금융 AI, 아직 검증 단계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A금융 관계자는 “로보 어드바이저의 발전이 놀랍기도 하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비용 절감, 접근성 완화의 효과를 거둔 것은 맞지만 동시에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점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듯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부유층 고객의 로보 어드바이저 이용률은 약 6%에 지나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투자 자문가는 로보 어드바이저에게 고객을 빼앗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가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대부분의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는 미국 증시 호황 국면 때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융 위기를 경험하지 않아 위기에 대한 검증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

그러나 B금융 관계자는 “로보 어드바이저 운영 이루 고객 가입이 늘어났다”고 말하며 “굳이 은행에 방문하지 않아도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상품 가입을 하고 금융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고객이 쉽게 금융에 다가설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 정도로만 성장해 준다면 로보 어드바이저는 자산 관리 서비스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보 어드바이저 수익 모델이 자산 관리 서비스 비용으로 보수를 지급하는 미국에서 발생한 사업인 점에 유의해서 “국내 시장에서의 변모 과정을 금융권이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서율 기자 se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