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첩첩산중‘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첩첩산중‘
  • 이도영 기자
  • 입력 2019-03-15 18:26
  • 승인 2019.03.15 19:33
  • 호수 1298
  •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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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가는 자유한국당... 타깃은 ‘비전문성’ 박영선과 ‘막말’ 김연철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개각을 단행했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통일부 등 7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인사다. 이는 지난해 8월 개각 이후 7개월 만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사 교체다. 야권에서는 후보자들의 안보관과 비전문성 등을 이유로 꼼꼼한 검증 과정을 예고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무사히 통과되지 못하고 낙마한다면 이는 미북 정상화담 결렬, 경제 위기 등의 이유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 장관이 ‘다주택자’... 논란 되자 딸에게 편법 증여 의혹

-與, “적재적소 인사” vs 野 “점입가경 인사” 치열한 공방 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내각을 조직할 때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며 “반대 많던 장관이 오히려 잘한다더라”고 말했다.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유은혜 교육부장관 임명 때도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국회가 유은혜 부총리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의 한 중진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갈 길 가겠다는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하락세다. 따라서 이번 개각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전처럼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野, 현미경 검증 예고 ‘현역의원 불패’ 없다

역대 정부에서 현역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적은 없다. 이를 두고 국회에서 한솥밥 먹던 의원들이 제 식구 봐주기 식의 청문회를 진행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번에야말로 ‘현역의원 불패’는 더 이상 없다”는 각오로 검증 준비에 나섰다. 바른미래당도 “문재인 정부에 개각보다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비판하는 등 야권에서 청문회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여당 저격수로 천성관 검찰총장·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을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왕’으로 불렸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박 후보자의 청문회 최대 쟁점은 ‘전문성’이다. 박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으로서 MBC 앵커를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여타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가 내세웠던 해당 부처 관련 상임위 경력도 없다. 지난 11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산업과 벤처 부분도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국정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관심 있게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관계자는 전문성이 없음을 본인이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 후보자가 대표 발의한 법안은 변호사법 일부개정안(전관예우 근절방안), 국가재정법 개정안(법무부의 특정재산범죄피해자 구제 활동 기금 근거), 형사소송법 개정안(고발인의 재정신청 허용) 등 주로 법제사법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법안들이다.

이 가운데 중소·벤처기업 관련 법안은 2개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도 규제 성격이 강한 법안이다. 박 후보자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지역구인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활동을 통해 벤처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것과는 상반된 의정활동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밝혀진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와 배우자가 개각 발표 전후로 세금 수천만 원을 추가 납부한 의혹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현역의원 출신 진영 행전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권유로 당적을 옮긴 뒤, 문재인정부에서 입각한 것을 놓고 자유한국당 내에 비판 기류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진 후보자의 의원실 직원은 ‘배신자 낙인’ 질문에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와 주변 여·야 의원과의 관계를 잘 쌓아놔 (의원들이) 좋게 봐주고 있다”며 “당적을 옮긴 행동에 대해 국회 내부에 이해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다. (청문회 때) 이 문제로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야당 중진의원 중 한 명은 “진 후보자는 보건복지부장관과 행안위원장 등 의정경험이 풍부하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소신 있게 행안부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정책검증을 해야 한다”며 철저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청문회 최대 격전지 ‘막말’ 김연철

이번 인사청문회의 최대 격전지는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다. 김 후보자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적 수단’ ‘사드 배치로 나라가 망한다’ 등의 글을 게시해 논란이 됐다.

현재 미북회담 결렬로 남북한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어지럽다. 야권에서는 이런 시기에 잘못된 대북관을 가지고 있는 김 후보자를 선임한 것에 대해 날을 세웠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김연철 후보자는 균형 잡힌 시각이 없고 이념 지향적 인물로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미북 협상이 결렬된 이후 문재인 정권이 균형을 잡아야 할 시점에 적당한 인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당내 의원들끼리도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며 “현재는 공식적으로 대답해줄 수 없는 사안이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한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입각 직전에 딸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이 20년 이상 보유하던 분당의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하고, 자신은 그 집에 월세로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를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최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지난달 18일 경기도 분당구 소재 84.78㎡(25평대)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했다. 한창 인사 검증이 이뤄지던 시점이다. 이곳은 원래 최 후보자가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던 곳으로 현재는 딸에게 보증금 3000만 원에 매달 16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다.

이 같은 최 후보자의 대처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 행동이라는 점에 야당의 공세가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정책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도영 기자 ldy504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