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 입시 비리…美 사회 술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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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최서율 기자] 드라마 ‘SKY캐슬’ 속 내용이 미국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유명 TV 스타, 할리우드 배우, 기업체 CEO 등이 연루된 초대형 대학 입시 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들은 ‘윌리엄 릭 싱어’라는 입시 컨설턴트를 통해서 자녀들을 스탠퍼드, 예일, UCLA와 같은 내로라하는 명문대에 입학시켰다.

그들이 쓴 방법은 성적조작, 대리시험, 뇌물, 돈세탁 등이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거래된 뒷돈의 규모는 2천 500만 달러(약 283억 원)에 달한다. 

정답 바꿔치고 운동 경력 위조…미국 부유층의 교육열 과잉
5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싱어, 선고는 6월 19일

미국 학부모들을 분노에 들끓게 한 명문 대학 초대형 입시 비리 사건이 터졌다. 2명의 TV 스타를 포함해 유명 기업인, 대학 관계자 등 50명이 기소됐고 뒷돈의 규모는 2500만 달러(약 283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돈 많은 부모가 자녀를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 코디네이터와 손잡고 가짜 자선 단체를 이용해 돈세탁까지 하는 등 다양한 사기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핵심에는 입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윌리엄 릭 싱어(58)가 있다. 싱어는 모두 761가족의 부정 입학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가 동원한 대표적인 편법은 대리 시험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싱어는 마크 리델이란 제 3의 인물을 동원해 대리 시험을 치르게 한 다음 원래 학생의 답안지와 바꿔치기 했다.

이런 일이 감시관에게 적발되지 않았던 이유는 미리 싱어가 뇌물을 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돈세탁도 이뤄졌다. 부모들이 싱어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고 그가 만든 가짜 자선재단인 ‘키 월드 와이드’에 기부를 하는 형식을 취했다. 일부 부모는 싱어의 재단에 돈을 기부한 후 세금 환급까지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부유층만을 위한 입학 시스템…근절 방안 강구 중

싱어는 법정 진술에서 “학부모들은 (입학)보장을 원했다. 일이 되기를 바랐다. 어떤 특정한 대학을 원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싱어가 ‘부정’으로 넣어준 대학은 예일, 스탠퍼드, 조지타운, UCLA, USC, 텍사스 등 동·서부 명문대가 망라됐다.

입학시험인 SAT·ACT 성적을 바꿔치기하고 학생들의 운동부 경력을 조작해 명문 대학 체육특기생으로 뽑아주게 했다. 대학 운동부 코치들은 수십만 달러의 뒷돈을 챙겼다.

예를 들어 TV 시트콤 ‘풀 하우스’에 출연한 여배우 로리 러프린은 두 딸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서던캘리포니아주립대(USC)의 조정팀 키잡이 선수로 만들어 입학시키는 데 50만 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싱어는 이 돈으로 USC 스포츠 담당 고위 책임자 도나 헤이널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축구팀에서 뛰어본 적 없는 학생도 ‘스타 축구선수’로 둔갑해 명문 예일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스카우트되었다. 부모가 싱어에게 건넨 120만 달러(약 13억6천만 원)의 뇌물이면 충분했다.

학습 장애가 있는 것처럼 속여 특별 시험장에서 일반 수험생보다 더 오래 시험을 치른 한 고교생을 서부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합격할 수 있었다. 시험 감독관이 이 수험생이 써낸 답을 나중에 정답으로 바꿔치기한 덕분이었다. 이 역시 싱어의 매수로 인해 가능했다.

앤드루 렐링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 검사는 “기소된 부모들은 부와 특권을 자녀들의 부정입학에 이용했다”며 “이번 사건은 엘리트 대학과 부유층이 결탁한 입시 비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유층만을 위한 입학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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