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소유주는 ‘왕회장’ 돈 벌어오는 사람은 영업직원(MD) 

버닝썬 [뉴시스]
버닝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승리 게이트’ ‘정준영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한류의 주역으로 국내외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연예인들의 범죄행각에 국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의 범죄행위는 개인의 일탈 수준이 아니다. 그동안 사회악으로 자리 잡은 수사기관의 부정부패와 성범죄, 마약 그리고 탈세라는 ‘악의 카르텔’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이 ‘악의 카르텔’이 뿌리 뽑힐지는 미지수다. 

 

성범죄·마약·탈세·부정부패 온상 
이낙연 “경찰이 끝까지 추적해 정의 세워야”


“경찰이 끝까지 추적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 
“이제까지 수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일부 연예인과 부유층의 일탈이 충격적이다”
“불법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는 등 인격을 말살하는 반인륜적 범죄마까지 버젓이 저질러졌다” 
“경찰의 유착 의혹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라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유흥업소나 특정 계층의 마약 범죄 등 일탈에 대해서는 전국으로 수사를 확대해 강력하게 처벌해야겠다”
“국세청 등 관계기관도 유사한 유흥업소 등이 적법하게 세금을 내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지 철저히 점검해 의법 조치하길 바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쏟아낸 말이다. 국무총리는 이른바 ‘승리 게이트’ ‘정준영 게이트’라 불리는 이번 사건의 본질인 부정부패, 성범죄, 마약, 탈세 등 ‘악의 카르텔’을 뿌리 뽑으라고 주문했다. 

 

왕회장-대표-MD
클럽 구조는 비슷

 

클럽은 과거부터 각종 범죄의 온상이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버닝썬, 아레나 등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이고 그곳에서 각종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무법천지가 아니다. 지켜야 하는 법과 규칙이 있다.

클럽은 태생적으로 전·현직 조직폭력배들과 연관이 많다. 시대가 변하면서 오히려 규모가 더 커졌다고 이해하는 편이 낫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버닝썬, 아레나도 다르지 않다. 

이른바 ‘큰어른’ ‘왕회장’이라고 불리는 회장이 클럽의 주인이다. 하지만 왕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클럽 운영을 하지 않다 보니 얼굴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전직 조폭 출신이다’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왕회장 밑으로는 대표들이 활동을 한다. 자본을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른바 ‘바지’로 불리는 대표도 있지만 이들은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 

클럽에서 실질적인 영업은 MD들이 담당한다. 클럽당 수십에서 수백 명의 MD들이 활동한다. 예약부터 주문, 결제 등 모든 것들이 이들을 통해 이뤄진다. 일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 등도 이들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MD들의 수입은 클럽 손님들의 결제대금 중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10~15% 내외다. 클럽에 최소가를 입금하고 남은 돈을 수익으로 챙기는 경우도 있다. 손님에 따라 같은 술 또는 세트를 시켜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MD들에게 손님은 곧 돈이다. 이른바 ‘물 좋은 게스트’를 뜻하는 은어 ‘물게’를 관리하는 이유다. MD들은 물게를 섭외해 테이블 룸으로 넣어주고 손님들은 오랜 시간을 보내며 술을 마시고 시간을 보낸다.

테이블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DJ가 잘 보이는 곳, 춤추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 등에 따라 600만 원, 1000만 원 등 가격경쟁을 부추긴다. MD 입장에서는 일석이조다. 이런 가격경쟁 과정에서 물게와 마약이 도구로 등장한다.

문제는 클럽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죄의식 없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성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만큼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시내 클럽 등에서 주로 거래되는 마약류는 물뽕과 마리화나 등이다. 대규모 클럽 등에서 많이 이용되는 것은 물뽕이다. 마리화나가 자신의 쾌락을 위한 것이라면 물뽕은 다른 사람의 쾌락을 위한 마약이다. 클럽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주로 여성들에게 먹이는 경우가 많다.

물뽕은 대부분 술에 타서 먹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자신이 물뽕을 마셨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음 날 정신이 들어서도 단순히 과음으로 인해 필름이 끊겼었나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 스스로도 인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클럽 등에서는 물뽕을 마시게 해 놓고 성추행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클럽과 MD 등이 성범죄를 묵인 또는 방조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다. 클럽 내에서 이러한 불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알고서도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현직 경찰 등이 이들 클럽과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바로 ‘악의 카르텔’이다.

클럽에서는 MD가 여성 등 고객을 통해 돈을 벌고 이 돈을 가진 대표나 회장은 탈세 등을 통해 돈을 불린 뒤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거나 일부 경찰 등을 매수하는 데 이용한다.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 클럽 손님들이 성폭력 등의 피해를 호소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다.

버닝썬 [뉴시스]
버닝썬 [뉴시스]

경찰 ‘악의 카르텔’
끊어낼 수 있을까

 

현재 경찰은 버닝썬 사건 관련 경찰 유착, 마약 투약·유통, 성범죄 등 크게 세 가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유착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7월 7일 이 업소에서 불거진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둘러싸고 클럽 측과 강남경찰서 간 금품 수수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관련해 전직 경찰 강모씨와 그의 직장 부하 이모씨, 클럽 공동대표 이모씨, 영업사장 한모씨, 한 씨 지인 노모씨 등을 입건했다.

경찰은 강 씨가 클럽과 강남서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직장 부하 이 씨가 클럽 공동대표로부터 돈을 받아 강남서 측에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또 한 씨는 당시 클럽에 출입했던 미성년자들에게 “클럽이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했다”는 내용의 거짓 진술서에 서명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보고 입건해 수사 중이다. 

마약 의혹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단순 마약 투약자에서부터 유통, 판매 혐의 등으로 총 10여 명을 입건했다. 

여기에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송치된 클럽 직원 A씨, 마약 공급책 활동 의혹이 제기된 중국인 B씨(일명 ‘애나’), 버닝썬 이문호 대표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영업사장 한 씨는 환각물질인 아산화질소(해피벌룬) 관련 혐의(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핵심은 클럽 차원의 조직적인 마약 유통이 있었는지 여부다. 경찰은 A씨와 중국인 B씨, 이 대표 등을 상대로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 중이다.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성범죄 의혹이 불거진 ‘버닝썬 화장실 동영상’ 최초 촬영 및 유포자도 구속해 조사 중이다. 해당 영상에는 버닝썬 VIP룸 화장실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성추행하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도 조사를 받았으나 여성에게 마약을 먹여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버닝썬 이사였던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도 성접대 의혹은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찰은 의혹의 발단이 된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를 일부 입수, 대화 내용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승리를 최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정식 입건, 신분을 피내사자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 대화방에 있던 유리홀딩스 대표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대화방에는 승리와 유리홀딩스 대표와 함께 연예인 정준영 등 8명이 등장한다. 정 씨는 최근 경찰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대화방에서 이들이 ‘몰카’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더불어 단체 대화방 속에서 거론된 ‘경찰총장’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총장’은 경찰청장이나 검찰총장이 아니고 이보다 직급이 아래인 총경급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경은 일반적으로 일선서 서장으로 근무하거나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에서 과장급 실무를 담당한다. 

15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승리와 정준영 및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씨 등은 전날 경찰 조사에서 “경찰총장이란 사람은 총경급 인사”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경우 총경은 31개 경찰서 중 인구가 많은 강서서와 송파서를 제외한 29개 경찰서의 서장을 맡는다. 강서서와 송파서의 서장은 총경보다 한 계급 높은 경무관이다. 일선서가 아니라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에서 일한 총경일 가능성도 있다. 

 

아레나 실소유주
15개 매장 더 있다?

 

버닝썬의 탈세 혐의도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척수사팀은 버닝썬의 1년치 회계장부를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직원들이 술값을 개인계좌로 받아 버닝썬 법인계좌로 입금해 실제 매출 가격을 조작하거나 실제 가격과는 다른 ‘가짜 메뉴판’을 만들어 세무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MD들 사이에서는 결제나 입금을 클럽이 아닌 다른 곳으로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매출을 축소하기 위한 편법이다.

버닝썬 외에도 경찰은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아레나의 실소유주 강모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 씨를 조세포탈혐의로 입건, 실소유주임이 확인된 아레나를 제외한 15개 업소에 대해서도 실소유권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업소는 모두 강남 내에 있으며 클럽과 주점, 유흥업소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통해 아레나 소유자로 이름을 올린 6명을 150여억 원 규모의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통해 이들은 이름만 빌려준 소위 ‘바지사장’이고 실제 소유주는 강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11월 국세청 조사2국을 압수수색했으며, 그 결과 세무당국이 ▲아레나를 제외하고는 강 씨가 지분이 있는 다른 업소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 ▲강 씨를 제외하고 서류상 대표로 돼 있는 인사들만 수사기관에 고발한 점 등을 포착했다. 

현재 해당 클럽 운영진들은 경찰 수사로 근신 중이다. 일부는 출국금지조치도 내려졌다. 이미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들도 수시로 경찰 전화를 받는 바람에 몸을 납작 엎드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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