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아사히 신문은 18일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려한 것은 미국 측이 말한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북한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미회담 실무협의에서 미국이 제기한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해 북한이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의가 합의 없이 종료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한미 정부 등은 평안북도 영변군의 반경 수십km 내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5메가와트 원자로와 사용이 종료된 핵연료봉 재처리시설, 2010년 미국 전문가에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 등 수십 개의 핵관련 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미 정부는 영변군에는 이외에도 북한이 공개한 농축시설에서 수km 떨어진 서위리와 분강에 공개하지 않은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여러 개 보유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공개한 농축시설에서 ‘평화 이용’ 명목으로 저농축작업을 시행하고서 비공개시설에서 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계 소식통은 북한이 평양과 하노이에서 진행한 실무협의 때 반복해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고 제안하면서도 구체적인 시설 이름과 위치를 명시하라는 미국 측의 요구에는 “모두 폐기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28일 북미 정상회담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폐기 대상에 대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이라고 설명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 “영변 핵시설의 정의를 애매모호하게 해서 가능한 한 많은 대가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또한 실무협의에서 미국 측이 영변군의 핵관련 시설 외에 평양 근교 강선에 있는 비공개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를 요청했으나 북한이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