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 단일안에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이에 맞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다.

한국당은 17일 오후 2시30분 국회에서 선거법·공수처법 날치기 저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재 하에 당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단일안 합의를 정략적 야합으로 규정하고, 합의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작용,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저지를 위한 다양한 수단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안이 아직 각 당에서 당론으로 정식 채택된 것은 아닌 만큼 추이를 지켜본 후에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이날 오후 3시 정개특위 간사회동에서 조문안을 다듬는 작업이 마무리 될 경우 패스트트랙은 초읽기에 들어가는 만큼 한국당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국회 정치개혁특위 재적의원 18명 중 5분의 3 인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개특위 위원에는 민주당 8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정의당 1명, 민주평화당 1명이 참여하기 때문에 한국당이 표결에 불참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처리는 가능하다.

당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만약 선거제 개편안이 패스트트랙으로 강행 처리되더라도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할 계획은 없다고 한 만큼 물리적인 저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신 여야 4당이 이번 주 안에 내놓을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심판 청구 등 법적 대응방안을 적극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결과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2001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었던 만큼, 정당득표율이 지역구 의석을 포함한 전체 의석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의 수정이나 보완이 추가로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다 여야 4당의 단일안에 맞설 '카드'로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지난 15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선거제 개혁에 대한 대략적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전국 단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되 300석을 초과하지 않도록 적용 비율을 50%로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 여론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점을 감안해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고정하되 연동형 비례제를 50%만 적용, 각 정당이 차지하는 의석수를 줄여 300석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각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 뒤 남은 의석은 현행대로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게 된다. 다만 초과의석이 발생할 경우 정당별로 비율을 다시 조정해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를 75석에 맞춘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또한 지역구에서 아쉽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석패율제도 도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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