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에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박병호 2번타자 기용 실험이 그것이다.

박병호는 자타 공인 한국 최고의 거포다. 그동안 팀에서 줄곧 4번타자로 활약했고 앞으로도 4번타자로 뛰어야할 선수다. 대체불가능한 타자라는 말이다.

그런 타자를 장 감독은 2번타자로 기용하겠단다. 강한 2번타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명분이다. 

원칙적으로 박병호를 2번타자로 쓰겠다는 발상에는 이의가 없다. 1번이든, 3번이든 상관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박병호만한 4번타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뒤가 들어맞는다.

그런데 지금 키움 타자들 중 박병호를 대신할 선수가 있는가.

단정컨데 없다.

박병호를 테이블세터로 기용하는 이유는 그의 출루율이 다른 선수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병호가 출루한다고 치자. 누가 그를 홈으로 불러들일 것인가. 박병호가 4번일 때와 다른 선수(김하성)가 4번일때의 확률을 따져보라. 

홈런도 그렇다.

2번 박병호는 기껏해야 2점홈런을 칠 수밖에 없다. 4번이라면 만루홈런을 칠 수 있다. 1회에 2점과 4점은 엄청난 차이다. 

1회가 아니어도 그렇다. 1,2,3번 타자의 출루율이 높겠는가, 아니면 7,8,9번 타자가 출루할 확률이 높겠는가. 

4번은 팀에서 타점 능력이 가장 뛰어난 타자가 맡아야 한다. 박병호가 아무리 출루율이 높다 해도 뒤에서 타점을 올려줄 선수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야구에서의 진보적 발상은 때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4번타자에 대한 개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장 감독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설사 장 감독의 기상천외한 박병호 2번타자 실험이 운 좋게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치자. 그게 얼마나 오래 갈까. 

장 감독은 지금 야구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 '동네야구'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실험하는 곳이 아니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실험대상인 박병호도 그렇다. 자신은 장 감독의 실험도구로 사용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프로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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