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중추 자극해 즉각적 반사반응 ‘페로몬’

 

‘인생은 냄새를 통한 여정'이라는 심리학자 아이반 브록 박사의 말도 있듯이 일상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냄새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냄새로 꽉 찬 세상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각이라든가 청각 또는 촉각에 대해서는 표현이 풍부하지만 막상 후각에 대해서는 몇 가지밖에 없다. 즉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고약하다든지, 구리다, 톡 쏜다, 지리다 등 열 가지 이내의 수준이다. 이처럼 냄새란 모든 감각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원초적이라 재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표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우리의 오감 중에서 후각은 가장 평가가 낮게 되었고 연구가 덜 되어 온 분야 중 하나다. 특히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더욱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냄새에 많은 비중을 두었고 상당히 생활에 이용해 왔다는 것을 역사적인 연구를 통해서 알 수가 있다.

후각엽

대부분의 동물들에 있어서 후각은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다. 사냥을 한다든가 자기 자신을 표시한다든가 자기의 영토를 인식한다든가 짝을 인식할 때 또는 자식을 인지할 때 냄새는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후각이란 우리가 맛을 보고 느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머니와 아기 사이의 연결 고리에 있어서도 냄새는 필수적이다. 평균적으로 사람은 약 만 가지 정도의 냄새를 뇌에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 가지 정도의 냄새를 대략 여섯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우리의 두뇌에 저장하는 것이다.

우리 코의 점막은 약 천만개의 냄새 분자에 반응한다. 이러한 후각은 후각엽이라는 대뇌에 가장 원초적인 부위에 인지되는 것이며 후각 끈을 통해서 후각엽은 변연계로 전기 화학 반응을 보내고 이것을 대뇌 피질로 전달한다. 그리고 변연계는 호르몬 조절을 하는 시상하부를 포함해 감정이든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 또는 대상,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등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변연계는 우리의 생명 활동에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페로몬

이번에는 페로몬에 관하여 알아보자. 사향이나 시벳향 같은 것은 잘 알려져 있는 동물 향이다. 시벳향 같은 것은 항문의 분비선으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냄새 자체는 그렇게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희석이 되면 동물 향은 대단히 위력적인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현대에는 구하기가 어려기 때문에 고급 향수에 쓰이고 있다.

그러면 이런 동물 향이 우리 사람에게 그렇게 영향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향은 화학적인 호르몬 구조에 있어 사람의 향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것을 페로몬이라고 부르는데 페로몬이란 페레인으로부터 유래되었으며 흥분을 운반한다는 뜻이다. 페로몬을 현대적으로 정의하면 '동물이 분비하는 화학물질로서 다른 동물체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분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화학물질은 다른 동물의 행동과 행태에 영향을 주며 정신 및 신체 기능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페로몬의 기능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분비 기능은 분비하자마자 상대방 동물체의 중추 신경을 자극하여 바로 반사적인 반응을 하게 한다. 즉 페로몬으로 발산되면 그 냄새를 맡은 다른 동물은 성적인 흥분을 일으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원발 기능으로서 장기적인 축적 효과를 의미한다.

여성이 사향냄새를 맡으면 신체 및 생리적으로 점차 변화가 일어나서 생리 주기가 단축되기도 한다. 페로몬에 대해서는 현재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최신의 학문이기 때문에 아직 유아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냄새와 기억

냄새의 효과는 즉각적이어서 우리가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전에 이미 우리의 감정을 자극한다. 친근한 냄새는 과거의 어떤 사건과 곧바로 연결이 되어 있다. 비록 그 과거의 사건이 바로 떠오르지 않더라도 자극하는 냄새는 과거의 사건과 연관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해서 냄새는 기억과 연관이 되는 것이다. 어떤 냄새는 어떤 사람에게 불쾌할 수 있다. 그 냄새는 자체가 불쾌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교 다닐 때 어떤 선생님한테 좋지 않은 인상을 가졌다고 해 보자. 그 선생님이 자기에 대해서 자주 비난을 하곤 하는데 선생님이 온종일 특정한 종류의 향수를 뿌리고 있었다고 치자. 몇 년이 지난 후에 그 사람은 그 선생이 뿌렸던 향수의 향내를 맡으며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도 기분이 아주 불쾌해진다. 이것은 과거에 입력되었던 사건의 감정과 연관되어서 그런 것이다. 이런 반응은 과거의 사건에 대한 생각을 유추해 내기 전에 즉각적으로 과거의 감정이 떠오르는 것이다.

몸 냄새

인체에는 두 가지 형태의 땀샘새가 있다. 첫 번째는 외부에 있는 땀샘으로 피부 전역에 걸쳐 있는데 온도 조절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두번 째는 아포크라인 그랜드라는 것으로 신체에 털이 난 부위에 발달되어 있다. 특히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부위 털이 있는 부위에 이런 샘이 있다. 그러나 얼굴이나 가슴에도 이러한 땀샘은 발견된다. 이런 털이 난 부위는 사춘기 이후에 발달이 된다. 어쨌든 이런 부위의 땀샘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뇌분비선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서상태라든가 스트레스 상황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람의 얼굴 냄새를 맡는 것은 정서를 매우 유쾌하게 하는 것이다. 시베리아라든가 인디아, 보르네오 같은 데서 키스는 냄새를 맡는다는 말과 동의어다. 얼굴이나 손의 냄새를 맡는 것이 세계 공통 관습의 형태로 전래되는 것이다. 이런 2차 성징으로 나타나는 땀샘의 냄새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든가 신진대사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동물의 왕국에서는 2차성징으로 나타나는 땀샘 자체가 자연적인 향내로 조절되지만 우리 인간은 그러한 냄새를 공장에서 제조된 향으로 가리고 있다.

그리스시대 식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오프라투스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살아 있는 생물체는 그 자신의 특이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특이한 냄새에 의해서 다른 생명체가 그것을 자작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사람도 매일 5000만 개의 피부 세포가 죽어나가고 있다. 이 매일 5000만 개의 죽어나가는 피부세포는 바닥에 떨어져서 우리의 냄새에 궤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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