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과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안건 처리) 상정을 놓고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홍만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날 의총은 김관영 원내대표가 선거법 개정안 패스스트랙 상정은 당론 수렴 절차가 필요없다고 한 발언에 반발한 유승민, 지상욱 의원 등이 전날 긴급 의총 소집을 요구하면서 열리게 됐다.

의총에는 손학규 당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권은희 정책위의장, 하태경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비롯해 당원권이 정지된 3명을 제외한 의원 26명 중 24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유승민·이혜훈·이태규·김중로·이언주 의원은 중도 퇴장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4당이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의 합의 내용 중 연동형 비율 등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선거법의 패스트트랙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패스트트랙 상정 여부를 투표를 통해 당론으로 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나 검경수사권조정법에 대한 정교한 조정이 필요하고, 자당의 당론도 확정하지 않은 만큼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을 개혁법안과 연계해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반면 선거법과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며 최종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자는 의견을 낸 의원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의 최종 합의안이 나오면 무기명투표라도 해서 패스트트랙을 결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제 개편안이나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일부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중도 퇴장하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의총 도중 퇴장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며 "선거법 내용과는 무관하게 아무리 좋은 선거법이라도 패스트트랙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선거법과 국회법은 과거에 지금보다 다수당 횡포가 심할 때에도 숫자의 횡포로 결정한 적이 없다"며 "특히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 어떤 다수당이 있었다고 해도 이 문제는 끝까지 최종 합의를 통해 (결정)한 게 오랜 국회 전통이었는데 패스트트랙은 결국 숫자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 두 가지는 권력기관이 우리 국민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 관점에서 안을 내고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다고 보지만 선거법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21대 국회에서 다수 세력이 국민들이 잘 모르는 선거법을 가져와서 자기 당에 유리하게 하는 길을 터주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선거법은 패스트트랙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우리당의 입장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언주 의원은 "공수처법이 자칫 잘못하면 북한 보위부법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특히 문재인 정권이 검찰을 부리는 걸 본다면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 전개될 거라 걱정하고 있다"며 "공수처뿐 아니라 검경수사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의원님들이 반대를 많이 하시기 때문에 이것을 묶어서 하는 것에 대해선 대다수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명하는 것 같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선거법과 관련해서도 100% 연비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이상한 편법을 쓰고 있는데 그 자체에 대해서도 장단점을 떠나서 이런 시도 자체가 일종의 우리 당을 와해시키기 위한 그런 술책이나 모략도 들어가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중로 의원은 "연동형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반대했다"며 "선거제를 끼워서 협상하는 건 순수성이 결여되기 때문에 민주당의 꼼수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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