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격려 목소리 vs 거센 질타 발언도

삼성전자가 지나 20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식 액면분할 이후 처음 개최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가 급증한 소액주주들로 인해 혼잡한 양상을 보였다.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주주들은 거침없이 손을 들고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과 사업 추진 계획, 안건 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대내외적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낸 경영진을 격려하는 주주가 있는 반면, 회사를 호되게 질타하는 주주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사업에 대한 평가보다는 미흡한 주총 진행방식을 문제 삼는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 이뤄낸 경영 실적 칭찬해야” 
“몰이꾼 앞세워 안건 찬성 말고 현장 혼란 사과하라”

20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는 몰려든 정기 주총에 참여하려는 주주들로 북적였다. 회사가 예상한 1000여 명보다 2배 이상 참석자가 몰렸다. 지난해 액면 분할 뒤 삼성전자 주주는 이전보다 5배 늘어난 78만8000여 명에 이른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주총장 입장이 시작됐으나 주총이 시작된 오전 9시에도, 1시간 뒤인 10시에도 좁은 입구와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실어 나르지 못하는 엘리베이터 탓에 건물 밖으로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의안을 의결했다. 이번 주총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의 ‘제50기’ 회의인 동시에 지난해 50대 1 액면분할 이후 첫 번째여서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의장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대표이사 김기남 부회장이 맡아 진행했다.

의안 상정 전 사업부문별 경영현황 설명과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 질문에 대한 답변이 진행됐다.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TV 13년 연속 글로벌 1위, 스마트폰 글로벌 1위, 발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며, 연결 기준 매출 244조 원, 영업이익 59조 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도 포천지 500대 기업 12위, 인터브랜드 브랜드 가치 6위 등 글로벌 리딩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도 어려운 경영 여건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 전 분야에 걸친 근원적인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CE, IM사업은 혁신 제품의 지속적인 출시와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부품 사업은 개발, 제조 역량을 더욱 강화해 초격차를 확보하는 등 체질개선을 통한 내실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AI와 5G는 신사업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하는 한편, 앞으로, 경쟁 환경, 기술, 소비자 변화에 적극 대응해 미래성장을 견인할 사업 기회를 선점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사가 보유한 자기 주식을 모두 소각했으며, 분기 배당을 포함해 연간 9조6000억 원을 배당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대 실적 기록 감사해”

발표가 끝난 뒤 한 주주는 “2018년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도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 감사드리고, 9.6조나 되는 배당을 해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삼성에 관심을 주고 삼성이 잘 나갈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해 좌중의 지지와 박수를 얻기도 했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과 방향에 대해 묻는 질문이 이어지던 초기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주총장에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발단은 한 주주가 주총장 입구에 발생한 혼란을 지적하면서부터다. 액면분할 후 첫 주총으로 소액주주들이 다수 참석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가중됐으나 현장 혼란은 예상보다 심각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가 시작된 지 1시간여 뒤인 지난 20일 오전 10시 여전히 입장을 하지 못한 주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가 시작된 지 1시간여 뒤인 지난 20일 오전 10시 여전히 입장을 하지 못한 주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 주주는 “사회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고령의 주주들이 1시간 넘게 줄을 서 있다. 액면분할 때문에 주주 참여가 많을 것이라는 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사실 아니냐”며 “직원 안전만 안전이고 주주 안전은 안전이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주주들이 안전하게 오실 수 있도록 교통과 안전 등에 신경 쓰고 추가 공간을 마련했지만 입장에 불편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며 “내년에는 보다 넓은 시설에서 주주 여러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수 의결, 공정성 없어”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자 주주들은 발언권을 신청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학대 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한 소액주주는 “우편물을 받았을 때 사외이사 내정자들의 약력만 소개됐지 회사가 이들을 선임한 이유가 소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도 “모든 안건을 박수를 통해 의결하는 방식에 대해 박수 자체가 공정성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아까 보니 박수를 안치는 분도 꽤 있는데 공정성이 제대로 평가되고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박수치는 몰이꾼들을 앞에 세워서 ‘선동합니다’, ‘찬성합니다’ 이러는 게 삼성 주주총회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재완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좋게 말해 국정 경험이지 나쁘게 말하면 정경유착으로 볼 수 있다. 순수하게 능력 때문에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대내외에서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있고 삼성 이미지에 손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한 주주는 “자격과 전문성이 충분한 사람에 대해 표결로 정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려 반대한다. 원안에 동의해 주실 것을 재청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 부회장은 “표결 방법에는 투표지에 의한 표결도 있지만 거수나 기립, 이동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공정성이 확보되는 한, 의장은 회의 진행 방법을 정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이 끝난 직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삼성전자는 사과문에서 “오늘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50기 정기주총 장소가 협소해 입장이 지연되는 등 주주님들께 큰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늘어난 주주님 수를 감안해 주총장 좌석을 두 배로 늘렸으나, 주주님들의 관심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주총에서는 장소와 운영방식 등 모든 면에서 보다 철저히 준비해 주주님들께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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