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뉴시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뉴시스]

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이 3연임 도전을 포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함 행장 3연임이 금융업계에선 지난해 말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유력한 분위기였던 탓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함 행장이 조직을 생각해 3연임 도전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4일 “함 행장 본인이 조직을 더 (개인보다) 위해서 이번엔 (행장직 연임을) 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함 행장 연임 포기 배경엔 금융감독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금감원이 지난달 26일 하나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사외이사 3명을 따로 면담하고 난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함 행장이 행장 후보직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당시 사외이사 3명에게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 리스크가 은행의 경영 안정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면담해 (이같은) 우려를 전달한 건 사실이다”며 “다만 그 자리에서 하나은행장 후보를 결정하는 건 임추위라는 점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함 행장의 연임 포기 배경엔 하나은행과 금감원의 관계 개선 흐름에 발맞춰 진행됐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깊은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예전부터 금감원에 찍히지 않았냐”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과 하나금융 사이에 앙금이 쌓이게 된 계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 건이다. 지난해 3월 금감원이 김 회장 3연임을 반대했지만 하나금융은 이를 무시하고 김 회장 연임을 진행했다. 오히려 당시 금감원장인 최흥식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시절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나은행은 그 뒤로 2년간 금감원 검사,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당국으로부터 끊임없는 조사를 받아왔다. 김 회장 연임 뒤 하나금융이 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게 하나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문재인 정부 보조에 맞추려고 많은 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4대 은행 중 하나은행은 3·1 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캠페인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독립유공자유족회에 4억원을 기부하겠다는 게 하나금융의 계획이다. 이미 2억원은 기부 완료했고, 나머지 2억원은 모이는 대로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행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함 행장이 금감원이 제기한 우려를 무시하고 3연임을 강행해 금감원-하나금융 냉전기류를 다시금 확산시킬 순 없었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함 행장이 연임 포기 배경을 설명하면서 ‘조직을 위해서’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함 행장이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난 후 복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함 행장은 3연임은 포기했어도 하나금융지주의 부회장 직은 올해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앞으로 변수가 많지만 함 행장이 채용비리 관련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하나은행 전면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그 시기는 김 회장의 임기 종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은 만 70세 이상이면 회장 연임이 불가능하다. 52년생 김 회장의 임기는 2021년까지다. 이 때 56년생인 함 행장이 만 65세로 하나금융지주 회장직 도전에 가능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출은 외국자본의 의견도 중요하다”며 “이들이 제일 중요한 건 실적이다”고 밝혔다. 실적 면에선 이미 검증된 함 행장에게 외국 자본이 선호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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