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진영 의원이 3·8 개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역 의원인 두 사람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전제로 입각했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과 용산의 21대 총선 공천을 두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나온다. 박 의원과 진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문계 인사지만 이들의 빈자리는 친문 색채가 강한 인사들이 승계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안팎에서 박 의원과 진 의원의 입각을 친문 핵심인사들의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교통정리’로 보는 이유다. 입각을 명분으로 했지만 결국은 ‘비문 밀어내기’를 통한 ‘친문 끌어안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서울 구로을에는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용산에는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 구로을 양정철·용산 권혁기… 종로 임종석·세종 이강진·의정부 조명균
- 중진 세대교체? “비문 내치고 新친문 넣겠다는 것”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세 번을 연달아 당선된 구로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지난 5차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자들을 밀어줬다. 16대 총선에서 장영신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이래 17대 김한길 전 국민의당 대표, 18·19·20대에서 박 후보자를 내리 당선시킨 곳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5차례 당선시킨 관악을처럼 서울의 ‘민주당 텃밭’이다.

“박영선 꿈은 서울시장,
양정철 아니면 승복 못해”

박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새로운 인사를 앉힐 여유가 생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후보자 입각을 전제로 “완전한 정치 신인보다는 그간 민주당에서 활동해온 ‘신인 아닌 베테랑 신인’에게 기회가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 역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재선에서 구로을 공천을 받았다.

당장 여권 안팎에선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위한 자리 마련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 전 비서관이 구로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양 전 비서관은 오는 5월부터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원장직을 맡으면서 총선 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당으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꿈은 서울시장인데, 중기벤처부 장관을 발판으로 삼기 위해 그간 어렵게 공 들인 3선 지역구를 내주겠다는 것”이라며 “웬만한 인사가 승계하기는 어렵다. 친문계 정도가 돼야 한다. 그래서 양정철 아니면 박 후보자가 승복하겠느냐는 말들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양 전 비서관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해온 만큼 출마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게다가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을에 출마했던 양 전 비서관이 이번에는 중랑갑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원내수석부대표 대행을 맡고 있는 이철희 의원(비례)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 의원은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뒀던 김한길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의원은 그간 여러 차례 지역구 불출마를 언급해왔지만, 여당 비례대표 중 ‘스타급’에 속한다는 점에서 출마 가능성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밖에도 이성 구로구청장의 출마설도 있고 친문계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은 이미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점 찍어 놓고 활동을 시작한 상태다. 권 전 관장은 청와대를 떠날 때부터 용산 출마 의지를 보여왔다.

권 전 관장은 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용산이 고향이다. 정치 신인으로서 용산이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쉬운 지역구는 아니다”라면서도 “고향에서 정치를 시작할 의사는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구청장으로 4선을 한 성장현 용산구청장도 내년 용산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불출마 선언,
중진 물갈이 ‘명분’ 확보

한편 민주당 중진 의원 지역구를 중심으로 세대 교체설도 나온다. 7선으로 당내 최다선인 이해찬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3선 이상 중진 물갈이’에 명분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중진’ 가운데는 친문 인사들보다 비문 인사들이 더 많다. 박 의원과 진 의원 모두 비문계 인사이고 이 자리를 친문계 인사가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또다시 비문계 중진 물갈이 기류가 퍼지자 비문계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결국 ‘중진 물갈이’는 사실상 ‘비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 지역의 3선 이상 의원들이 다음 총선 공천에서 불안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신 친문’ 인사들이 대거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정세균 전 의장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와 문희상 의장 지역인 경기 의정부갑 공천에 이목이 집중된다.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종로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마에 무게가 실린다. 임 전 실장은 종로에 거처를 마련하는 등 조만간 출마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은 ‘조만간 종로로 이사할 계획’”이라며 “종로 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종로 출마설도 있다. 총리직을 마치고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이전 지역구였던 호남보다는 서울에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3선 구청장인 김영종 종로구청장도 거론된다.

경기 의정부갑의 6선 문희상 국회의장도 내년 총선 불출마가 예상되며 이 자리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출마 얘기가 나온다. 다만 조 장관은 경기 동두천시연천군 도전설도 나오며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경우 문 의장의 아들인 석균 씨가 의정부갑에서 ‘부자(父子) 국회의원’의 영광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이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은 이 대표 보좌관 출신인 이강진 세종시 정무부시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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