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귀국한 반기문(73) 전 UN 사무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1일 “미세먼지가 난제이기 때문에 범국가적 기구를 맡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선 자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환경 문제를 그 나라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한 후 국제사회와 협력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을 중국 등 외부 요인으로 돌리기보다 국내에서 먼저 찾고 해결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떤 특정한 한 나라를 지목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선 우리 자신이 먼저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범사회적 기구 운영 방안에 대해 "지금은 총리실 산하에 미세먼지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이번 범국가적 기구는 대통령 직속"이라며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협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데 큰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위원회가 구성되면 전반적인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저감대책, 국제 협력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지도자를 위원으로 모시겠다"며 "제가 결정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도출해나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과학적 해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의 국내외적 배출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 원인은 상당 부분 규명돼 있지만 과학적 정밀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초해 정확한 해결방안과 다양한 정책적 옵션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환경부장관 회의나 여러 실무 국장급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아는데 후속조치를 잘 이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논의에 대해서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보아오 포럼을 하고 제가 이사장으로 있어 관여한다. 이낙연 총리님께서 리커창 총리와도 개별적인 양자간 개별적 협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저도 이사장으로 리커창 총리와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 있다"면서 "나머지 중국 지도자와의 협의는 기회가 되는 대로 만나 자연스럽게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는 이념도 정파도 가리지 않고 국경도 없다"며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는 순간 범국가기구 출범을 통한 해결 노력은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초당적 협력도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 만큼은 정치권 전체가 오직 국민의 안위만을 생각하면서 한 마음으로 초당적·과학적·전문적 태도를 유지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는 재난임이 분명하고 목표를 세웠으면 달성해야 한다"며 "정부 각 부처는 특단의 각오로 미세먼지 전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시절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에 헌신했고 지난 2년 동안도 전 세계를 다니며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과 지구생태환경의 복원에 대한 노력을 호소해왔다"며 "이번에 국가적 중책 제의를 받았고 필생의 과제를 다시 한번 정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수락했다"고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다만 그는 "망설임도 없지 않아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우려와 걱정도 표시했다. 미세먼지 문제는 여러 국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라 해결이 쉽지 않고, 해결한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지속가능한 발전, 기후 변화 행동을 위해 해외에 나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 우리 국민이 미세먼지로 생명과 건강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어렵다고 회피하는 것은 제 삶의 신조에 어긋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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