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차량소비자 '반색' vs 정유업계 '우려'…온도차 뚜렷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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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일반인도 이르면 이달부터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유업계와 자동차 업계, 차량소비자 등이 느끼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우선 자동차업계와 이용자는 반기고 있다. 특히 2009년 중형 SUV 싼타페와 쏘렌토 LPG차를 생산했다 중단한 현대기아차에 이목이 쏠린다. 두 차량의 부활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반면 정유업계는 씁쓸해하고 있다. 휘발유·경유 판매 감소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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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출시 경쟁 예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19일 서면브리핑에서 LPG를 일반승용차의 연료로 허용하고, 일반인도 LPG 차량을 구매하도록 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재석 235명 중 찬성 234명, 반대 1명으로 처리됐다. 그동안은 택시, 렌터카 사업자, 장애인 등만 구매가 가능했다.  

덩달아 신난 자동차업계 신차 출시 각축    

개장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부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산업부 소관)해 LPG자동차 연료의 사용제한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1600cc 미만의 소형은 물론 2000cc 이상 중대형 승용자동차의 LPG연료 사용이 전면 허용돼 일반인도 제한 없이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3개 업체는 올해부터 일반인 판매용 LPG 차량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장 관심이 쏠리는 차량은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라고 할 수 있다. 신형 쏘나타 LPG 모델은 올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에 기존 트렁크의 절반을 차지하던 LPG 연료탱크 대신해 납작한 환형 탱크로 만든 '도넛형'을 채택한다.

도넛형은 르노삼성이 2014년 대한LPG협회와 함께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트렁크 아래 비상용 타이어 공간에 장착함에 따라 실린더형보다 트렁크 공간을 40% 정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차체 무게 중심이 낮아져 승차감도 높다. 

르노삼성은 국내 첫 5인승 LPG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QM6를 상반기 판매할 방침이다. 르노삼성은 이미 승용 LPe 모델 모두 '도넛 탱크'를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K5의 LPG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GM과 쌍용차는 현재 생산하는 LPG 모델이 없으며 앞으로도 생산하지 않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LPG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국토교통부 집계로 203만5000대(전체 등록대수의 8.77%)수준이다. 정부는 앞으로 시장에서 경유차 대신 LPG차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수송용 LPG 시장 수요가 계속 줄어들던 SK가스와 E1 등 LPG 업계는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수송용 LPG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국내 LPG 차량 등록대수는 지난 2010년 245만5696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205만2870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전체 차량 중 비중도 같은기간 13.7%에서 8.8%로 위축됐다. 이에 따라 수송용 LPG 소비도 같은기간 446만7000톤에서 작년 311만6000톤으로 급감했다.  

긴장 속 정유업계…사태 추이 지켜봐야    

다만  정유업계와 대한석유협회는 이번 규제 폐지에 대해 일단 우려섞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정유업계는 수요 관리 측면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PG 차량이 크게 늘어나 수요가 급증할 경우, 수요 관리가 필요할 것이란 차원에서다. 원유 정제시 2~3% 가량 극히 소량이 추출되는 LPG 생산량을 무작정 늘릴 수 없어, 현재도 70% 가량을 수입으로 충당하는 것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경유차량의 이용을 줄이기 위해 경유세 인상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피해도 우려된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재정개혁보고서에는 현재 100대 85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를 더 좁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철폐되면 연료간 공정경쟁을 위해 LPG 세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수송용 LPG는 사회적 배려계층을 위해 사용을 제한, 세금이 휘발유 가격의 50%로 낮게 책정돼 있다. 

수급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LPG 수요의 71%를 수입으로 충당 중이며, 휘발유·경유는 생산량의 약 52%, 53%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2017년 기준 전세계 수송용 LPG 사용량(2670만t) 중 13.2%(351만t)를 사용 중으로 수송용 LPG 세계 1위 소비국이다.  

또 원유 정제과정에서 LPG 생산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은 3~4%에 불과해 LPG 수요가 증가할수록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된다.

한편 정부가 규제를 철폐한 까닭은 LPG차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휘발유차 대비 3배, 경유차 대비 93배(실도로, 국립환경과학원)나 낮아서다.

최근들어 국내 미세먼지 배출이 심각 수준을 나타내면서 LPG차량 보급이 확대돼햐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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