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운동권, 정확히 말해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전대협 의장 출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대협 산하 전북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하 조통위)을 지낸 한병도 전 정무수석, 전대협 연대사업국장 출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당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결’은 다르지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전대협 1기 상임운영위원을 지냈고 5월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원내대표 선거에 뛰어든 이인영 의원 역시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다.

이 의원과 함께 전대협 1기 부의장을 지낸 우상호 의원은 입각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청에서 노골적인 감싸기 전략으로 ‘신친문’ 인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상호 의원과 이인영 의원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세대교체’를 위해 본인이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하고 ‘공천 칼잡이’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한때 ‘동지적’ 관계에 있던 운동권 후배들은 이를 환영할만하다. 전대협 출신들은 8~9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해 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 주역으로 그동안 각광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DJ 정부시절 ‘새피 수혈전략’으로 대거 정치권에 입문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무려 12명이 배지를 달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입문하지 20년이 됐지만 그들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숙주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15년 20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이동학 전 혁신위원은 이인영 의원을 겨냥해 “험지에 도전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보냈고, 1987년 이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임미애 전 혁신위원 역시 “86세대가 또 다른 권력이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86그룹 정치인들이 뭘 고민하고 어떤 공헌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86 운동권 대표주자인 우상호.이인영 두 인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세대교체 물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걱정은 따로 있다. 두 인사의 ‘백의종군’ 행보가 본인들의 의도했건 안했건 운동권 동지들을 위한 자리 만들기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인사들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당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출신 운동권 인사들이 내년 총선을 위해 뛰어들었거나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상호.이인영의 백의종군 선택은 아무리 ‘선당후사’라고 주장을 한다해도 운동권 선후배들을 위한 ‘세대교체’이자 ‘물갈이’라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이런 징후가 현실이 된다면 20대 총선에서 ‘86운동권 2선 후퇴론’이 내년 총선에서 ‘중진물갈이론’과 함께 터져 민주당내 공천 과열 경쟁은 결국 총선 패배로 이어질 공산도 높다. 3선이 이상 중진급 인사들중에서 ‘두 인사가 백의종군했으니 나도 순순히 물러나겠다’고 응할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대협으로 불리는 86 운동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만의 백의종군’으로 비춰진다면 정치 속성상 그 끝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비참해질 수 있다. 21대 총선은 일 년 남았다. 86 운동권 그룹은 정치공학적인 사고를 잠시 내려놓고 ‘선당후사’가 아닌 ‘선국후사’(先國後私)라는 심정으로 정치를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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