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선수를 대하는 메이저리그와 KBO의 수준은 그 실력만큼이나 지구와 달 차이인 것 같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구단은 은퇴하는 선수를 극진히 대접한다. 구단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한 선수는 더욱 그렇다. 은퇴 투어도 하고, 은퇴식을 성대하게 차려주기도 한다. 명문 구단일수록 화려하다.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구단다운 마인드로 배테랑 선수를 대한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와 일본인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가 대표적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평가되는 리베라를 위해 양키스는 홈경기에서 마지막 역투를 할 수 있게 했다. 리베라는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 팀이 0-4로 뒤진 8회 초 등판했다. 그가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자 팬들은 ‘전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마쓰이 히데키 역시 탬파베이와의 홈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키스는 은퇴식을 열어주기 위해 그와 1일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폼이 아닌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마쓰이를 양키스 팬들은 열화와 같은 환호로 맞았다.
양키스는 특히 그가 양키스를 떠나 LA 에인절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탬파베이 등 타 구단에서 뛰었음에도 성대한 은퇴식을 마련해주었다. 2009년 월드시리즈 MVP에 뽑히며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7년 동안 양키스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타격의 달인 스즈키 이치로가 21일 일본 도쿄구장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9년간 타격 1위 7차례, 최다 안타왕 5차례, 출루율 1위 5차례 등을 달성한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과 계약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치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미국 진출 첫 해에 신인상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다. 메이저리그 18년 간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10년 연속 시즌 안타 200개 이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4년엔 안타 262개를 쳐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시애틀을 떠난 이치로는 뉴욕 양키스(2012∼2014년)와 마이애미 말린스(2015∼2017년)를 거쳐 2018년 시애틀로 복귀했으나 그해 2018년 5월 말부터 현역 명단에서 제외됐다.그러다 올해 일본 도쿄 개막전을 앞두고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다시 선수로 복귀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저조한 타율로 은퇴를 결심한 이치로는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고, 시애틀은 그의 마지막을 위해 메이저리그 명단에 이치로의 이름을 올렸다. 이치로는 덕분에 고국 일본에서 열린 올 시즌 개막 1,2차전을 뛸 수 있었다.
KBO도 메이저리그 흉내는 내고 있긴 하다. 홈런타자 이승엽에게 은퇴투어와 성대한 은퇴식을 마련해 주었다. 이승엽은 그런 대접을 받을 만 했다.
그러나 기아 타이거스는 레전드급 투수였던 임창용을 ‘뒷방 늙은이’ 취급하며 사실상 강제로 은퇴시키고 말았다. 그의 이름에 걸 맞는 은퇴식을 마련해준다는 소식도 아직 없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아직도 쓸 만하고, 2017 통합우승에 기여하는 등 타이거스에 기여한 공로를 생각해 볼 때 기아의 처사는 여러모로 메이저리그와 비교된다.
어디 기아만 그런가. 베테랑 선수들을 배제하려는 풍조가 KBO에 만연하다. 세대교체 또는 리빌딩이라는 명분으로 여전히 이용가치가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반강제적으로 은퇴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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