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 배분 가능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1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대한 제8차 전체회의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1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대한 제8차 전체회의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 19일 탄력적 근로시간제도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까지로 확대하기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합의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직 법이 개정돼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로 나온 결과인 데다가 경영계에서 원하던 방향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처리되는데 일부 반대가 있겠지만, 그대로 입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민주노총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고, 구체적인 제도에 대해서는 일부 개정될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개정된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려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 바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에서 단위 기간 연장에 대한 부분이었던 만큼 이번에 발표된 합의안에 대해 미리 알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 보호…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
기존 임금수준 저하되지 않도록 임금보전방안 세워야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인 유연 근로시간제도는 근로시간의 결정 및 배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를 말한다. 업무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근로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거나 근로자의 선택에 맡김으로써 근로시간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거나,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곤란한 직종이나 업종에서는 별도로 사전에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형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인사제도다.

유연 근로시간제도

유연 근로시간제도는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도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한다는 차원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 측면에서 최근 인사관리에 있어서 핵심인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인식된다.

유연 근로시간제도의 형태는 기업의 필요성과 근로자들의 요구(needs)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도입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노동법 체계에서 인정하는 제도로는 교대제 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간주 근로시간제와 재량 근로시간제 등이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근로기준법 제51조에 따라 정해져 있는 제도로, 쉽게 말하면 일이 많은 주(또는 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에 일이 적은 주(또는 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적으로 법정 근로시간(1주 40시간) 이내로 근로시간을 맞추는 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제도는 계절적 영향(스키장처럼 겨울철에 주로 사업을 운영)을 받거나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어 업무량의 편차가 많은 업종(출판업의 경우 개학 시기에 주로 생산)에서 주로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은 성수기에 근로시간이 늘어나더라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 위반문제를 없앨 수 있다는 점과 평균 근로시간이 40시간 이내라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인정 형태

근로기준법에서 인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형태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2주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이고, 두 번째는 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다.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에 따라 회사가 취업규칙(또는 이에 준하는 회사 규정 등)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단위 기간을 평균해 1주 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40시간을, 특정한 날에 8시간을 초과해 근로하게 하는 제도다.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도입이 간단하지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을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2주 단위의 제도와는 달리 사업장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라는 별도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회사가 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①대상근로자의 범위 ②3개월 이내의 일정한 기간으로 정한 단위 기간 ③단위 기간의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 ④서면 합의의 유효기간을 포함해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한다.

또한 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연소근로자(15세~18세 미만) 및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도입에 따라 기존의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임금보전방안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서면 합의가 있게 되면,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각각 초과할 수 있으므로 법정 연장근로시간 한도인 1주 12시간까지 포함한다면 1주일에 최대 64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단위 기간은 최장 3개월로 돼있고, 법정 근로시간이 1주 최대 52시간으로 개정돼 기업들은 실제 사업운영에 있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경사노위는 합의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를 기존 3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하되,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들도 함께 마련해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번 경노사위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①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단위 기간 : 최대 6개월로 확대 ②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 도입 시 근로자 보호를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 의무화(불가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정함) ③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방식 :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도입하되, 단위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근로자에게 통보(서면합의시 예측 불가능한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단위기간 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하는 것은 가능) ④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방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 : 회사는 3개월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신고의무(위반시 과태료 부과,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임금보전방안 마련한 경우 제외) 등이다.

이번 합의안은 비록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경사노위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 법령이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일부 개정되거나 추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회의 입법과정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근로시간제도 정비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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