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논란’에 몰락하는 ‘대권 잠룡’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월 2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월 2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누나인 유시춘 EBS 이사장 아들이 대마 밀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유시춘 이사장의 아들인 영화감독 신모(38)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것은 지난해 일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외국에서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작년 8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시 신 씨의 구속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으나 유시춘 이사장의 아들이라는 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카 권모(53)씨는 지난 2006년 마약 1kg을 한국에 밀반입하려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또한 10년이 지난 2016년에 뒤늦게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유시민박원순의 조카들에 대한 사건이 공통점이 있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두 사람이 마약범 조카를 두었다는 점과 마약 관련 사건이 발생했지만 뒤늦게 밝혀졌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유시민 이사장이 차기 대권 잠룡으로 계속해서 거론되는 만큼 이번 사건이 대권 도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조카 2016년 마약 사건 물의···10년간 중국 교도소 복역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동생조카 뇌물 혐의로 무너져···비난했던 유시민 주목

유시춘 EBS 이사장의 아들이 대마 밀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이 내용이 알려진 후 온라인에서는 관련 내용의 사실관계를 검증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유시춘 이사장의 아들 신 씨는 지난 201712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 씨는 지난 201711월 신원 미상의 해외 체류자와 공모해 국제우편물을 통해서 대마 약 9.99g을 밀수한 혐의를 받았다. 신 씨는 익명을 사용해서 자신의 사무실 주소로 해당 우편물을 배송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밀수 가능성을 의심해 볼 만한 사정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4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신 씨의 작업실에서 대마 흡연 도구가 발견되고, 신 씨 관여 하에 우편물이 발송되는 등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1심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2심은 마약류인 대마를 밀수입하는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사회적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면서 지난해 7월 신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확정됐다.

아들의 법정구속에도 유시춘 이사장이 문제없이 지금의 위치에 오른 데 대해 EBS 이사를 선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자체적으로 이사장을 뽑는 EBS 이사회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 방통위는 “EBS법 제11결격사유에는 당사자에 대한 (결격) 사항만 파악하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유시춘 이사장 본인이 아닌 아들 문제라 이사 선임 당시 검증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영 교육방송의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비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유시민 조카이자 현 EBS 이사장 유시춘 아들 마약 혐의 특검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글도 등장했다.

해당 청원 글 외에도 유시춘 자진사퇴하라’, ‘유시춘의 사임을 촉구한다’, ‘유시춘 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등의 청원 글도 게시됐다.

박원순 조카

특혜 논란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카도 지난 2016년 마약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 시장의 조카 권 씨는 지난 2006년 중국에서 국내로 마약을 들여오려다 현지에서 적발돼 중국 선양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권 씨는 지난 20067월 중국 선양공항에서 공안에 검거됐다. 부산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이었던 그는 몸 속에 500g의 백색 마약 두 봉지를 숨기고 있었다. 바지 주머니를 뒤집는 등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해 공항 직원의 눈에 띈 권 씨는 결국 수사당국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당시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듬해 권 씨는 중국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선양 제2교도소에 수감됐다. 지난 2016년까지 10년째 복역 중이던 권 씨는 몇 차례 감형을 받았으나 수년을 더 복역해야 형기를 채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건강이 좋지 않고, 현지에서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국내 송환을 요청했다.

결국 같은해 권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국내로 송환됐다. 복역기간이 한참 남아 있음에도 국내 송환된 권 씨가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당시 일부 언론들은 원래 (중국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는) 한국으로 송환이 안 된다. 그보다 더 아픈 사람도 지금 못 나오고 있다는 중국 재소자 측근의 이야기를 전했다.

법무부는 권 씨의 송환 조건이 모두 충족됐고 특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관련 의혹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유시민, ‘선거 싫다해도

여권 대선후보 선호도 1

최근 여권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대선후보 선호도 1위에 오른 만큼 이번에 드러난 조카 마약 사건이 대권 도전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유시민 이사장은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정계복귀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잠재적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주자에게 친인척 논란은 상당한 타격을 입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대선주자 경쟁에서 수년간 선두권을 유지하다가 2017년 초 귀국하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하자마자 고강도의 검증망에 직면했다. 야권과 언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 그의 과거 행적 모두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친인척 비리연루설 등이 이어지자 반 전 총장은 인격 살해에 가까운 모해라고 억울해했지만 무너졌다. 유시민 이사장은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가 뇌물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JTBC ‘썰전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지켜보면 마음이 찜찜하다라며 공유 재산을 사유화했다는 느낌이다. 유엔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었기 때문이지 개인의 능력으로 된 게 아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국적과 정파를 초월해서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 박수를 칠 텐데나 같으면 절대 (대선) 출마 안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박 시장의 조카 마약 논란도 박 시장이 2016년 유력 대선주자일 당시 퍼졌다.

199715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는 아들 병역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김대중, 이회창, 박찬종 후보가 지지율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이회창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되는 시점에서는 김대중 후보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지지자들은 이회장 후보에게 등을 돌리며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게 됐고 김대중 후보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선거에 임박하면서 이회창 후보가 당내 조직을 바탕으로 조직이 없던 이인제 후보를 밀어내고 다시 지지율을 흡수했지만 그마저도 요동치면서 낙선을 했다. 아들 병역 문제가 이회창 후보 패인의 결정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표를 잃었던 계기 중 하나였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유시춘, 이사장직 사퇴해야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유시민 이사장의 조카 신 씨가 마약 밀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것에 대해 진보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유시민 조카 대마초 밀반입 구속, 유시춘 EBS 이사장 검증 도마에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진보 측은 사위랑 조카가 같냐는 주장을 펼칠 것 같다. 친족의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 연좌되는 어떤 형태의 지적도 부당하다고 여기는데, 과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마약 사위 건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분들이 유시민 이사장 조카 마약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엔 어떤 논리로 사위랑 조카가 같냐라며 조카는 괜찮고 사위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칠 일부 진보 지식인들의 주장을 기대해 본다라며 내 상식선에서는 사위보다 조카가 가깝긴 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유시춘 이사장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자격 미달 논란이 됐던 대표적 낙하산 인사라며 점입가경의 극치라고 힐난했다.

그는 마약사범을 조카로 둔 유시민 이사장은 무슨 궤변으로 세상을 향해 훈수 둘지 궁금하다면서 누나는 교육방송의 명예를 훼손, 동생은 편향 방송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합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EBS의 부실 검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가관 포인트’”라며 “‘마약 사범을 두둔하는 사람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 즉각 이사장직(유시춘 이사장)에서 사퇴하고 아들 교육에 전념하시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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