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서 검증도 안 하고 공사현장도 안 가 보고 
신협 내부자 범죄 가담 가능성?
‘같은 사람이 두 번씩’ 사기 대출, 왜 몰랐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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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대출사기는 심각한 범죄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사기도 문제지만 은행을 대상으로 한 대출 사기는 금액도 크고 피해자가 다수로 발생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대출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1금융권보다 제도·감독 등이 허술한 제2·제3금융권의 상황은 더욱더 심각하다. 

인천의 한 신용협동조합은 다수의 부정 대출사건에 휘말렸다. 허위감정평가서를 부동산 담보대출에 이용했지만 신협 측은 제대로 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대출을 해줬다. 피해는 고스란히 은행과 고객들이 떠안게 됐다.
일요서울은 제보자를 통해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입수했다.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는 기본

 

부동산개발·부동산임대업을 하는 A씨는 사문서위조, 사기 등 동종 전과 30범이다. A씨는 회사 직원인 B씨와 함께 2016년 9월 29일경 인천 소재의 한 신용협동조합에서 토지구입 명목으로 4억2400만 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대출을 위해 허위 감정평가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A씨 등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 일대 산과 임야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실제 감정평가액인 약 1억5000만 원의 4.8배인 약 7억5300만 원으로 감정평가액을 속였다.

이들은 진본 감정평가서 속 토지 위치도와 사진 등을 동일하게 만들고 겉장을 새롭게 만들었다. 진본처럼 보이기 위해 한 감정평가 법인 경인지사 명의의 직인, 인장 등도 사용을 했다. 

A씨 등 일당은 2017년 똑같은 신협을 상대로 또다시 대출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경기도 영평균 용문면 광탄리 소재 땅을 감정평가받았고 감정평가액을 약 5억 원으로 부풀렸다. 이들은 앞선 대출과 마찬가지로 감정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같은 감정평가법인에서 감정평가를 받은 것처럼 꾸며 신협으로부터 3억 원을 대출받았다. 

A씨 일당은 같은 신협을 대상으로 총 7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다. 신협은 그 과정에서 감정평가서의 진위 여부는 물론 담보 물건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추후 경찰 조사에서 감정평가서 위조에 이용됐던 감정평가 법인의 대표는 가평군 토지에 대한 7억5300만 원짜리 감정평가서는 자신의 회사에서 한 감정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당시 감정평가서 위조에 사용된 평가서번호와 동일한 감정 의뢰 건이 피해 신협으로부터 있었다고 진술했다.

주목할 점은 당시 감정법인이 감정수수료 66만4400원을 입금받았는데 거래 은행에 확인해 본 결과 입금자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A씨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또 추가로 밝혀진 점은 해당 물건에 대한 감정의뢰 당시 의뢰인의 번호를 감정법인 측에서 저장해 뒀는데 그 연락처는 신협 내 대출 담당자의 연락처로 밝혀졌다. 

A씨 일당이 애초부터 사기를 계획하고 준비했을 가능성과 함께 신협 내부자의 범죄 가담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액 대출임에도
지급 절차 안 지켜

 

경찰의 압수수색영장을 살펴보면 문제의 신협에서는 부정대출 외에도 부정 주택건설자금대출이 있었던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은 신협 전 이사장 C씨, 전무 D씨, 과장 E씨 등이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협 직원이었던 세 사람은 2017년 9월 8일경부터 같은 해 12월 22일경까지 F씨 등 세 사람에게 건축기성자금 18억9900만 원을 대출해 줬다.

주택건설자금대출은 주택을 분양 또는 임대할 목적으로 건축부지 매입 및 주택의 건설에 소요되는 자금대출을 말한다. 이 중 건축기성자금은 기성고(현재까지 시공된 부분만큼의 소요 자금) 확인을 통해 계획된 용도 및 시기에 맞게 대출을 취급해야 하고 대출금은 채무자로부터 대출금 지금위임장을 받아 시설공급자에게 대체 입금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은행 측은 현장답사는 물론 기성고청구서, 세금계산서, 공정확인서 등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신협은 대출금 지급 시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대출금 지급위임장을 받지 않고 채무자에게 직접 대출금을 지급했고, 토지매매 전인 2017년 9월 8일경 토지기초공사만 완료된 이후 건축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9월 8일경부터 같은 해 12월 22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채무자들에게 18억9900만 원을 대출해 줬다.

경찰은 신협의 이 대출이 F씨 등 세 사람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게 한 반면 해당 신협에게는 손해를 가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부정 주택건설자금대출의 경우 모든 실무가 내부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신협의 대출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사에 들어간 부정대출건은 이번 한 건이지만 실상 더 많은 부정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신협의 이같은 부정 대출이 확인된 것은 신임 이사장 취임과 함께 새롭게 이사진이 구성되면서다. 그동안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해당

신협은 물론 관리감독 주체에서조차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제보자는 신협은 많은 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놓은 돈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잘못된 운영으로 신협이 손해를 보면 결국 그 피해 또한 시민들이 보는 것인 만큼 경찰의 확실한 수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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