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행사하자 용역 동원 무자비한 폭행”…경찰까지 출동

E업체 측이 제공한 폭행 의혹 동영상 캡처.
E업체 측이 제공한 폭행 의혹 동영상 캡처.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정우건설산업이 진행한 인천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2017년 2월 22일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 피해자는 정우건설산업의 하도급업체인 E업체 직원 L씨다. 사건 현장에는 경찰도 출동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말리기는 커녕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장애인 직원 폭행 ‘충격’

폭행을 당한 L씨는 아직도 사건 당일 생각에 두려움에 몸을 떨며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L씨는 “정우건설산업 직원들이 연장을 들고 와서 유리창을 부수고 소화기를 뿌려댔다. 공포감에 질렸다. 기절했다가 눈을 떠 보니 응급실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L씨는 “경찰이 ‘당신(자신)을 때린 사람을 지목해야 사건을 받아줄 수 있다’고만 말하며 대질심문 등 정확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기절했는데 어떻게 때린 사람을 아느냐고 항의해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E업체 관계자는 “정우건설산업과 자재 대금 문제로 유치권을 행사하다가 L씨가 정우건설산업 직원과 용역들에게 폭행당해 갈비뼈가 나가고 이가 부러졌다”며 “출동한 경찰은 뒷짐 지고 보고만 있었고, 폭행을 가한 사람은 체포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쪽이 업무방해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폭행당한 우리 회사 직원 3명은 심지어 고용 활성화를 위해 채용한 장애인들이었다. 당시 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고 현재 퇴사했으며 병원비도 우리 쪽에서 모두 부담했다. 심지어는 우리만 업무방해죄로 벌금 70만 원을 냈다. 한국 사회에서 돈 없고 힘없으면 이렇게 처참히 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서 확인 결과 정우건설산업으로부터 자택 내부 수리 공사 특혜 의혹을 받는 전직 C경찰이 폭행사건 발생 당시 신축 공사장 관할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재직 중이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 사이에서 정우건설산업은 ‘인천 갑(甲)질 전문 회사’로 알려져 있다. 대금 관련해 피해를 입은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우가 진행한 건설 현장(경기도 부천)에서 추락사 등 사람이 죽고 다치는 안전사고도 수없이 발생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족들이 장덕천 부천시장에게 신문고를 제출했음에도 회사로부터 사고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정우건설산업과 분쟁을 겪고 있는 업체는 E업체뿐만이 아니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하도급업체 역시 정우건설산업을 하도급법 위반 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다.

K업체 역시 E업체와 마찬가지로 정우건설산업이 인천 지역 아파트 공사 입찰 과정에서 법으로 정해진 견적 기간을 지키지 않고, 작업에 필요한 물량 항목을 고의로 누락시킨 물량내역서를 배부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K업체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에 소요되는 물량과 최초 물량내역서 간에 차이가 있었다. 이를 확인하고 정우건설산업 측에 도면 및 내역서에 빠진 항목 등을 반영한 설계변경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우는 ‘이 계약은 신고인이 제출한 견적을 바탕으로 체결된 계약’이라는 이유를 들며 설계변경 및 공사금액 증액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폭행 논란과 관련해 정우건설산업 관계자는 “E업체 측에서 CCTV를 검은 봉지로 가리고 공사 현장 밖에서 크레인을 떠서 앙카를 박아 용접하는 등 더 이상 공사를 못하게 방해했다”며 “오히려 E업체 직원 3명이 용역이다. 현장에 있었던 우리 쪽 사람들은 용역이 아닌 100% 정우건설 직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사에 방해가 되니 경찰에 신고를 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보니 자해를 하면서 들어오면 죽는다고 기름을 쫙 뿌렸다. 인재 방지를 위해 불이 날까 봐 소화기를 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도급업체들과의 대금 관련 분쟁에 대해서도 “하도급업체들이 공기를 지연해 입주 예정일을 지키지 못했고, 이에 대한 억대의 손해배상금을 회사가 부담해야 했다. 계약 내용이 안 맞으면 애초에 계약을 하지 않았으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요서울 취재 결과 정우건설산업이 용역이라고 주장한 E업체 직원 3명은 용역이 아닌 E업체와 정식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직원으로 확인됐다. 정우건설산업 측이 ‘불이 날까 봐 뿌렸다’는 소화기 역시 컨테이너 안쪽이 아닌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사한 정황이 동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폭행 피해자 L씨는 “하반신 마비를 겪을 정도로 몸이 불편하던 와중, E업체 대표가 몸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경비 업무를 맡겨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을 했다. 정우 측으로부터 용역으로 몰리다니 화가 난다. 청와대로 가서 읍소라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K업체 관계자는 “하도급업체가 고의로 공기를 지연했다는 정우건설산업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잘못됐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다. 하도급대금 부당 감액 및 공기 지연 책임에 대해서는 법적인 판단을 받을 것이다”라고 맞섰다.

이어 “이 문제는 인천시청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2017년 12월 준공 후 60일 안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는데 공사에 참여한 20여 개 업체 중 단 한 곳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인천시청이 정말로 국민을 대변한다면 공문을 보내서 계약 잔금 지급 현황을 달라고 하고 처벌하면 되는 것이었다. 오히려 시청 직원이 나서서 합의를 보라고 종용하는 태도에 무력감을 느낀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져 앞으로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우건설산업과 E업체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2016년 5월이다. E업체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당초 지급받은 입찰 내역서상의 계약 수량과 실제 시공 수량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당초 정우건설산업이 제시한 수량과 실제 시공 수량 사이에 꽤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E업체가 제시한 하도급계약서 및 내역 비교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E업체가 정우건설산업 측에 실제 시공 수량과 적정한 공사기간이 반영된 변경계약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E업체가 정우건설산업을 상대로 2016년 12월 공정위에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조사 및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현장과 관련해 정우건설산업은 지난해 4월 27일 하도급대금 미지급 행위로 인천시청으로부터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영업정지 기간은 지난해 5월 15일부터 7월 14일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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