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 [뉴시스]
최승호 MBC 사장 [뉴시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아나운서 10인은 회사의 결정에 적극 대응하고 소송을 준비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이 자신들을 부당 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이들의 편을 들며 MBC에게 복직 명령을 내렸지만 MBC는 “그들은 해고가 아닌 계약 만료”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MBC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김장겸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이제는 최승호를 대리해

-부당 해고 맞선 최승호, 고용자 되니 달라졌나

지난 2017년 12월, MBC의 최승호 사장 취임은 그 자체가 ‘MBC 정상화’로 여겨졌다. 방송 제작 자율성에 목마름을 느꼈던 MBC 구성원들에게 최 사장은 “외압을 막는 방패가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는 입사 후 신입 교육이 끝나자마자 ‘총파업’에 휘말린 계약직 아나운서들과 소송전에 들어갔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아직까지도 임원진들이 어떤 이유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알지 못하지만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특별채용’ 기대했지만

합격자 한 명에 불과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아나운서 11명이 MBC에 입사했다. 이들은 MBC 전임 경영진 시절에 기존 아나운서들을 선발할 때와 동일한 절차로 채용됐지만 신분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었다.

특히 17사 번의 경우 지난 2017년 5월에 입사했지만 같은 해 8월부터 MBC 노조가 제작 거부에 들어가고 이후 9월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아나운서 기본 교육만 2달 조금 넘게 받고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이다.

최 사장 취임 이후 사측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계약 갱신이 아닌 ‘특별채용’ 계획을 전달했다. 하지만 16·17 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11명 중 특별채용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후 이들은 MBC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결국 아나운서들은 현 경영진의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라고 여겨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와 중노위가 인용 판정해 MBC에게 이들을 복직시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MBC가 이를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아나운서들이 민사소송으로 맞대응하며 소송전이 벌어졌다.

“다른 옵션 있을텐데”

“이번 사건 사소하게 생각”

일요서울은 계약직 아나운서들과 인터뷰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최 사장이 김장겸 전 사장의 MBC와 법정 다툼을 했을 당시 사측의 법률대리인이 지금은 최 사장의 MBC 측에 선임돼 계약직 아나운서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최 사장이 김 전 사장의 법률 대리인을 그대로 선임한 것을 의아해 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중 한명은 “저희 사건을 MBC 내부에서 사소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 최승호 사장이 해직됐을 당시 사측에서 선임해 본인과 법적 다툼을 했던 법무법인을 그대로 선임했다는 사실이다”라며 “얼마든지 다른 옵션이 있을 텐데 저희를 자신이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소송전의 MBC 측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2017년 7월, 당시 뉴스타파 최 감독(현 MBC 사장)이 제작한 영화 ‘공범자들’에 대한 영화 상영금지등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김장겸 당시 MBC 사장 등 전·현직 임원 5명의 소송대리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법무법인 화우에 소속된 변호인 중, 계약직 아나운서들과 소송전을 시작한 최 사장의 MBC 측 변호인단과 최 사장과 영화 상영을 놓고 법정 다툼을 했던 김 전 사장의 MBC 측 변호인단이 겹친다는 것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017년 9월 민주방송 실천위원회 보고서 훼손 등에 대한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했을 때 김 전 MBC 사장과 최기화 국장 등 경영진의 소송대리인 역시 법무법인 화우였다.

MBC 법무팀 관계자는 “MBC는 따로 법률 자문 팀을 두고 있지 않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내부 회의를 거쳐 (법률 대리인을) 선임한다”라며 “최종 (법무법인 선택) 결재는 국장 선에서 한다. 하지만 최 사장님께도 보고됐을 것”이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화우 측은 “경영진과의 관계에서 대리인 선임 문제에 대한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최 사장은 지난 2017년 11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사장 해임 안을 의결하고 같은 해 12월 신임 MBC 사장으로 임명됐다. 최 사장은 지난 2012년 6월, 파업 참여를 빌미로 26년간 근무한 MBC에서 해고됐고, 이후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 앵커가 됐다.

이전의 MBC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방송이었고 돌아온 최 사장은 MBC의 정상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당시 국민 여론의 60% 이상이 MBC와 KBS (언론) 노동조합의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에 찬성했다.

최 사장은 해직 언론인으로서 언론을 탄압하는 세력에 맞서 싸운 정의로운 인물이 됐다. 최 사장과 임원진들은 MBC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직원들을 복직시키고 당시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사측을 따른 이들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대표적으로 배현진 아나운서는 최 사장이 부임하던 날 ‘MBC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했고 신동호 전 아나운서 국장도 징계받고 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중 한명은 “최 사장의 결정은 본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MBC 전체의 명예를 추락시켰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해 오면서 그 지지로 운영이 존속됐던 MBC라는 회사에 금이 가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MBC 구성원들 모두의 명예를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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