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 1㎜ 카메라 설치해 ‘생중계’…‘충격’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영남·충청 지역 30개 모텔, 42개 객실에 무선 IP 카메라를 설치해 1600여명 투숙객의 사생활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인터넷으로 중계·판매한 박모(50)씨와 김모(48)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뉴시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영남·충청 지역 30개 모텔, 42개 객실에 무선 IP 카메라를 설치해 1600여명 투숙객의 사생활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인터넷으로 중계·판매한 박모(50)씨와 김모(48)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국내 숙박업소에서 투숙객 1600명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 유료 생중계’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체포돼 큰 파장을 불러왔다. 최근 가수 정준영(30)씨 등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의 사적인 행위를 불법 촬영해 유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법 저촉 피할 목적으로 해외 음란사이트 운영…수법 교묘해

 

국내 숙박업소에 1㎜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의 사생활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인터넷망을 통해 중계·판매한 박모(50)씨와 김모(48)씨 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전국 10개 도시, 30개 모텔, 42개 객실에 1㎜의 무선 IP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 1600여 명의 사생활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음란 사이트 운영에 악용했다. 

현재 박 씨와 김 씨는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이용촬영·영리목적유포) 및 정보통신망법(음란물유포)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 송치됐으며, 이들과 공모한 임모(26)씨와 최모(49)씨는 방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불법 촬영’ 콘셉트 영상물
영등위 심의 과정서 ‘합법’”


이 같은 ‘불법 촬영’ 사건이 해외까지 알려지면서 외신에서도 한국 내 불법 촬영 문제에 대해 ‘유행병’ 또는 ‘관습’이라고 비판해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CNN을 비롯해 BBC, USA투데이,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은 모두 이 사건을 보도했다. 이들은 보도에서 촬영 수법, 촬영물의 온라인 생중계 및 이를 소비한 사이트 가입자, 유료회원 숫자 등을 일일이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진 불법 촬영 적발 건수를 말하며 국내서 만연한 불법 촬영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이전에 비해 불법 촬영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나 여전히 이를 ‘범죄’로 인식하는 데는 다소 미미하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심지어는 합법적인 과정을 거쳐 촬영한 AV(성인 비디오·Adult Video)와 불법 촬영물 사이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다.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영화등급심의위원회에서 심의 등급을 거친 (합법적인) 영상 중에도 ‘불법 촬영’을 콘셉트로 해 촬영한 성인물도 있다”며 “이런 것도 합법의 영역 안에서 ‘성인물’로 유포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불법 촬영이 성인물 시장에서 단순한 콘셉트로 소비되고 있는 현상은 곧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에 구속 송치된 박 씨와 김 씨는 과거 웹하드 업계에서 근무하면서 지인 사이가 됐고, 모두 음란물 관련 전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들이 ‘웹하드 업계 근무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으로 인해 불거진 ‘웹하드 카르텔’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 전 회장은 ‘파일노리’ ‘위디스크’ 등의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할 당시 불법 촬영물은 유통해 71억 원 규모의 불법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갖는다.

이에 대해 리아 활동가는 “웹하드 자체가 카르텔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수익 구조를 가졌다”며 “(웹하드 카르텔 논란 당시) ‘불법 촬영물이 잘 팔린다’는 웹하드 업체 내부 직원들의 내부 고발 등을 고려한다면 웹하드 측에서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이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 지금 국산 불법 촬영물을 규제하니 중국산(産) 불법 촬영물이라도 공수해 계속해서 업로드하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로 인해 (웹하드 업계 내부) 직원들은 불법 촬영물이 큰돈이 된다는 것을 학습했다”며 “(그런 그들이) 이와 같은 모텔 생중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텔 객실 내 셋톱박스 틈새에 초소형 IP 카메라가 설치 돼 있다. [뉴시스]
모텔 객실 내 셋톱박스 틈새에 초소형 IP 카메라가 설치 돼 있다. [뉴시스]

 




생중계·VOD 통해
검은돈 착복


김 씨와 박 씨는 지난해 11월 24일 미국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를 열어 본격적으로 모텔 객실에서 찍힌 영상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거나 VOD(Video On Demand·통신망 연결을 통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영상을 원하는 시간에 제공해주는 맞춤영상정보 서비스) 판매 수법으로 약 700만 원 규모의 검은돈을 취했다.

두 사람은 국내 법망을 비껴갈 목적으로 해외 사이트를 이용했다. 해외 사이트의 경우 추적이 원활하지 않아 쉽게 적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 역시 지난해 12월 8일 “해외 사이트에 장소가 국내 모텔로 보이는 불법촬영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는 제보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수사가 실시됐다.

리아 활동가는 “2017년 기관에서 진행한 상담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해외 음란사이트 유포가 3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해 해외 서버에 유포되는 경우는 67% 정도”라며 “피해는 국경이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지만 지원은 국내법 안에서 이뤄져 이에 대한 한계를 피해자가 모두 짊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여러 언론 매체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은 실시간 객실 상황을 무료로 중계하다가 성관계 장면 등에서는 돈을 내야만 볼 수 있게 결제를 이끌었다. 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따로 편집해 유료로 팔기도 했다. 김 씨와 박 씨가 편집해 보관하던 VOD 영상은 모두 803개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지난해 8월부터 모텔을 직접 돌아다니며 객실을 빌려 셋톱박스, 콘센트박스,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아울러 김 씨는 실시간 촬영 영상을 통해 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사이트 구축, 개발 및 서버 운영, 동영상 편집 후 업로드 등 전반적인 기술을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두 사람에게 사이트 수익을 분배받기로 한 뒤 중국 쇼핑몰 사이트에서 카메라 구입을 조력한 임 씨와 사이트 운영 자금 3000만 원을 제공한 최 씨는 방조죄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이들을 상대로 한 수사 과정에 관해 “구속된 피의자들은 현재 검찰에 넘겨진 상태”라며 “구속 송치 이후 검찰에서 구속 기소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기소 후 재판을 통해 처벌받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구속된 피의자들은 경찰이 계속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이 사이트 전체 회원은 4099명이며 이 가운데 한 번이라도 유료 결제를 한 회원 수는 97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더불어 약 5만 원(44.95달러) 상당의 월정액 결제가 총 125건 진행됐다. 이들 역시 ‘불법 촬영물’을 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 사이트를 운영에 대한 처벌 법률은 있지만 현행법에서 일반 음란물의 경우 음란사이트 이용자를 처벌하고 있지는 않다”며 “예외적으로 아동 음란물의 경우는 이용자도 처벌한다”고 답했다. 

리아 활동가는 “(불법 촬영물을) 보는 사람도 모두 (2차) 가해자이기 때문에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법제도로 만들 때 어려움은 있다”면서 “법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가져야 하는데, (단순히 일반 음란물) 시청을 처벌한다고 했을 때 법이 요구하는 구체성과 명확성을 충족하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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