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원인 조사 결과 발표 두고 여·야 의견 엇갈려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지난 20일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민국 독도사랑·포항지진 시민연대 회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지난 20일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민국 독도사랑·포항지진 시민연대 회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박나리 기자] 지난 2017년 11월 포항에서 벌어진 5.4 규모의 지진 원인을 두고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자연재해로 여겨졌던 이 사고가 실상 인근 지열발전소가 원인이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인재(人災)’ 비판에 이어 ‘과거 정권 때리기’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민주당 “지열발전 사업, 이명박 정권 당시 부실·졸속 추진”
한국당 “하다 하다 포항 지진마저 전 정권 탓?”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진 피해에서 다소 안전하다고 인식돼 왔으나, 지난 2017년 11월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 청정국’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규모는 국내서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고로 인해 큰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은 소송을 제기하며 정확한 원인 규명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연구단 “포항 지진
자연재해 아니다”


포항 지진 사태 이후 이를 두고 ‘자연 발생이다’라는 주장과 ‘인근 지역발전소에 의해 벌어졌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해 조사할 목적으로 지난해 3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연구단을 꾸렸다.

이후 약 1년 동안 정밀 조사를 실시한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 20일 “지열발전을 위해 굴착한 지열정에 주입한 고압의 물에 의해 포항 지진이 촉발됐다”며 “(포항 지진은)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해외조사위 역시 “지열발전 주입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며 “고압의 물 주입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대 본진을 촉발됐다”고 밝혔다. 이는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인재’라는 견해로 무게추가 기운 것이다.

지열발전은 땅을 4~5㎞로 깊게 파 물을 넣은 뒤 땅의 열로 데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가동한다. 물을 높은 압력으로 발사할 뿐만 아니라 물을 주입하고 빼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축적돼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조사 결과 발표 후 포항시민들과 지역 사회단체들은 주택 전파나 반파 등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지진 트라우마,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간접적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도 제기하겠다는 의견을 내놔 ‘대규모 줄소송’이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서 이들은 국가와 지열발전소에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에 지열발전소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1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현재 지열발전소는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이 밖에도 포항시민 71명은 지난해 10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위한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올해 초 2차 소송에는 1100여 명이 추가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지진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열발전소를 영구 폐쇄하고 원상 복구할 것을 주장했다.


김부겸 행안부장관,
‘상식적이지 않다’더니?


이처럼 포항시민들이 ‘정부 책임’을 묻고 나서자 정치권에도 논란이 옮겨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포항지열발전소·지진대책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같은 당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을 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특위는 지열발전사업이 경제성과 지진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가 제대로 실시됐는지, 사업 결정 과정과 배경 등에 대해 살펴볼 것으로 예측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하루 앞선 지난 21일 정책조정회의 자리에서 “포항 지진은 결국 인재였다는 게 정부 조사연구단의 결론”이라며 “문제가 된 지열발전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시작됐다. 지진을 촉발시킨 지열발전 사업과정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진 관련 조사 결과가 나온 지난 20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결국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부실, 졸속 추진된 지열발전 사업이 인재로 작용해 118명의 인명피해와 850억 원의 재산피해뿐 아니라 수치화할 수 없는 포항시민들의 크나큰 불안과 고통을 유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는 지진으로 발전 사업이 중단된 바 있는 해외 사례에도 불구하고, 엄정한 단층조사조차 없이 사업장소를 포항으로 선정하는가 하면,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사업을 맡기는 등 사업을 졸속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포항 지열발전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2년 9월 본격 시행된 것은 맞으나, 이를 추적해 따라가면 노무현 정권이던 2003년부터 추진됐다는 반박도 나왔다. 해당 연구개발사업이 정부의 지열에너지 개발을 비롯, 포항지열발전 사업 추진에 골자가 됐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3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지열연구부 지열자원연구팀은 국내에서 지열수 형태의 지열 에너지 자원 부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리 일대에서 이를 확인하고자 1㎞ 시험 시추공 2공 굴착 기공식을 가질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 전 국토를 대상으로 지하 심부로 갈수록 땅 온도가 증가하는 비율을 드러내는 ‘지온 증가율’을 측정해보니 경북 포항지역의 지하 심부 온도가 40도C/㎞ 이상으로 매우 높고, 지질학적으로도 심부 지열수의 부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역시 이에 맞서 이튿날인 지난 21일 ‘포항 지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김재정 한국당 의원을 포함해 한국당 소속 대구·경북 국회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은 “애초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 연관성 문제가 제기됐을 때 재난관리 책임을 맡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017년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식적이지 않다’고 일축한 바 있다”며 “이번 정부조사단 연구결과는 그릇된 상식을 과학이 바로잡아준 것”이라고 반론했다.

이와 더불어 같은 날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하다 하다 이젠 포항 지진마저 전 정권 탓인가”라는 논평을 게재했다. 이 논평에서 그는 “인재를 재해로 촉발시켜 재앙을 일으킨 원인은 문 정권의 안이함 때문”이라고 고강도 비판을 가했다.

민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독주에 목매느라 에너지 정책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도 방치했으며, 에너지시설 안전 대책 마련에 소홀한 태도를 보였다”며 “총체적 부실과 안전 불감증을 유발한 근본 원인은 이 정부의 안이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기에 집권여당은 ‘남 탓 본색’을 감추지 못한 채 여지 없이 현 정권의 책임을 과거 정권의 책임인 양 전가하려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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