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호 위해 기자 신상까지 현안 브리핑에…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시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발언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외신기자의 보도를 인용한 사실이 밝혀지자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외신기자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 비호’에 나섰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 “기사 논평, 정당 정치활동의 자유”
아시안아메리칸기자협회 “인신공격적 비판…기자 신변 우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시작된 ‘김정은 수석대변인’ 논란이 여·야 대립을 넘어 언론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해당 발언의 비판 취지로 작성한 현안 브리핑에서 외신 기자의 신상 관련 정보와 그를 질타하는 내용을 함께 게재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대변인은 지난 19일 해명 입장을 담은 현안 브리핑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그는 “애초 그 논평들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혹은 ‘사실상의 대변인’이라는 말을 최초 사용한 블룸버그 통신과 기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며 “제1야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며 대통령을 모독하고 국민을 모욕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철회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기사의 제목에 있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표현은 기사 중 어느 취재원에 의해서도 언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중에 통용되는 의견도 아니다”라며 “이는 전적으로 기자의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특히 그 표현의 수위 역시, 팩트(fact·사실) 기반 기사의 제목으로서 내용을 요약하는 통상의 수사적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준을 명백히 넘는다”라며 ‘반쪽짜리’ 사과를 건넸다.


논평서 기자 신상 밝힌
민주당…외신 기자 ‘뭇매’


이 대변인은 지난 13일 관련 현안 브리핑을 발표할 당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그가 외신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으로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바로 그 악명 높은 기사”라고 지적했다. 

당초 이 대변인은 이를 처음 게재할 당시 “블룸버그 통신의 ○○○기자가 쓴 바로 그 악명 높은 기사”라고 기자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기자의 신상을 언급하면서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세계 20개 지부에 기자 1500여 명을 회원으로 보유한 아시안아메리칸기자협회(이하 AAJA)는 지난 20일 성명을 발표해 “기자에게 가해지는 인신공격적인 비판에 유감을 표하고 해당 기자가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아울러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 역시 지난 1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기자 개인 신변에 위협이 된다”며 해당 논평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1956년 출범했으며, 현재 해외 언론사 약 100곳에 소속된 300여 명의 기자가 가입돼 있다.

외신기자클럽은 “최근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 기자 개인에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이로 인해 기자 개인의 신변 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면서 “기사와 관련된 의문이나 불만은 언론사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제기돼야 하고 결코 한 개인을 공개적으로 겨냥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당명에도 민주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면서 “(그런데) 민주주의에서 해서는 안 될 표현·언론의 자유를 억압해 매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특히 ‘검은머리 외신기자’라는 표현은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며 “청와대나 여권에서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검은머리 외신기자’라는 표현은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차용한 것으로, 마치 외국 현지의 여론인 양 일부 국내 언론에서 인용되는 외신기사를 쓴 한국인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라며 “다분히 ‘정치적인 용어’”라고 말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의 의원실 관계자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핑계다”라고 일축하며 “어설프게 핑계대는 것보다는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민주당 논평,
과도한 충성 경쟁 때문”


이 대변인은 논란이 된 현안 브리핑 내용과 관련해 사과하고, 몇 가지 표현과 기자 성명·개인 이력을 언급한 부분을 해당 글에서 지우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기자의 논평도 논평이 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근거로 했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 따르면 기자는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통해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할 것과 평화통일·민족화합·민족의 동질성회복에 기여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아울러 실천요강에서는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해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지역·계층·종교·성·집단 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이 대변인은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기자를, 그리고 기자의 글을 비평하고 때로 비판하는 것은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속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의견에 대해 방어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문 대통령을 향한 ‘과도한 충성심’ 또는 ‘비호’가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됐다.

의원실 관계자는 “본인들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고 생각해 사과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과한 충성 행위가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하게 만들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표명했다. 계속해서 “(과도한) 충성 경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요서울은 논란 관련 입장을 묻고자 이 대변인에게 연락을 시도, 문자로 연락을 바란다는 답을 받았다. 이에 관련 입장을 비롯해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다는 지적에 관한 견해’ ‘검은머리 외신기자에 대해 ‘정치적인 용어’라 설명했는데, 이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해당 논평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 여기지 못했는지’ ‘이 같은 지적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에 관한 의견’ 등의 질문을 건넸으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