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친박) vs 김세연 원장(비박) 힘겨루기

황교안 당대표와 김세연 원장 [뉴시스]
황교안 당대표와 김세연 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임명 문제로 당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김세연 원장이 추천한 조대원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 인선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통상 큰 문제가 없으면 원장이 추천한 인사를 임명하는 게 보통인데 임명이 미뤄지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조 위원장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부원장 임명 안 되면 김 원장 ‘허수아비에 불과’ 비판 나올 수도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19일 황교안 당대표가 주재하는 이사회를 열어 조대원 당협위원장을 상근 부원장에 임명하는 안을 의결하려 했지만 오전에 갑자기 취소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살펴볼 게 있어 (이사회가) 연기됐다”라며 “특정인은 아니고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음 이사회는 4.3 보궐선거 이후에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4.3 보선 선거 지원 활동으로 대부분 지방에 있어서 선거가 끝난 뒤 다시 이사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대원 임명 보류
태극기부대 입김?

 

한국당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던 조 위원장은 지난달 합동연설회에서 “우리가 대한애국당이냐. 태극기부대는 김진태와 함께 당을 떠나라”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친박(친 박근혜)계와 태극기부대 등의 반발을 우려해 임명을 보류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연스레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당내에서는 조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당내 한 인사는 지난 합동연설회 당시 조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내부에 총질을 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발언의 수위도 수위지만 내부적으로 똘똘 뭉쳐 여당을 공격해야 할 상황에서 내부를 저격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하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들은 자유한국당의 극우화는 보수진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김세연 원장이 추천
조 “당에서 시키는 대로”

 

조대원 위원장의 부위원장 임명은 김세연 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은 최근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직 생각 없이 지역구에서 열심히 일할 생각이었으나 김 원장이 부원장직을 제안해 응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 위원장은 김 원장이 자신을 임명하기 위해 5명의 부원장 중 4자리를 황 대표에게 맡겼다며 오히려 친박계에 맞서야 할 상황에 처한 김 원장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현재 조 위원장은 재보궐 선거 이후로 연기된 이사회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부원장이 되든 안 되든 당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겠단다. 하지만 당에서 자신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조 위원장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임명 가능성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처럼 친박계 내지는 지존 수권파가 조 위원장을 반대한다면 끝내 좌절될 수도 있다.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한 김 의원도 당내에서 조 위원장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그들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당 내에서는 조 위원장에 대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 원장은 조 위원장 추천 이유에 대해 충돌을 일으키고자 한 것이 아니라며 당 발전과 새로운 모습으로 다음 단계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대원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 [뉴시스]
조대원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 [뉴시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당 개혁 요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여의도연구원 부위원장 인선 논란에 대해 황교안 대표와 김세연 원장이 기싸움을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주류와 비주류, 친박과 비박의 대결이라는 소리다.

당초 황 대표가 김 의원을 여의도연구원 원장 임명한 것은 파격이었다. 개혁보수 이미지가 강한 김 원장은 3선 의원으로 바른미래당에서 복당한 비박계 인사로 자유한국당 내 대표적인 소장파 의원이다. 

황교안 체제에서 당 사무총장 등 임명에 대해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김 의원의 원장 임명은 칭찬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부위원장 인사 논란에서 보듯 원장이 인사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여의도연구원은 당의 정책과 비전을 만든다. 더 나아가 내년 총선 공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김 원장의 임명으로 자유한국당의 새 변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서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조 위원장의 부원장 임명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부원장직에 친박계 인사를 앉히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원장은 비박, 부원장은 친박을 앉혀 보기 좋은 그림을 만든다는 것이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여의도연구원이 비박이나 개혁보수 집합소가 될 경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지 근간인 친박 등 수권파 생각도 마찬가지다. 여의도연구원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인사가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조 위원장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처음부터 김 원장의 의지를 꺾으면 김 원장이 직을 박차고 나갈 수도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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