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은퇴 관련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볼리비아의 경기 후반전 이청용이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볼리비아의 경기 후반전 이청용이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김태산 기자] 축구대표팀의 베테랑 미드필더 이청용(보훔)이 국가대표 은퇴와 관련해서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태극마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청용은 22일 오후 8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0-0으로 팽팽한 후반 41분에 결승골을 터뜨리며 벤투호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내내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고도 골 운이 따르지 않아 무승부의 기운이 강했지만 후반 승부처에서 베테랑 이청용이 결정적인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꾼 경기였다. 이청용이 A매치에서 골을 터뜨린 건 2016년 9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이청용은 "(홍철의) 크로스가 좋았다. 오랜만에 골을 넣어서 기분이 좋다. 아시안컵 결과가 안 좋았지만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워줘서 선수들이 힘을 받았다"고 했다.

골 장면에 대해선 "내가 늦었다고 생각했다. 수비가 있었지만 반칙이 불리더라도 과감하게 공을 따 내자라는 생각으로 했다.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이 끝나고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또래 기성용(뉴캐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청용도 같은 선택을 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이청용은 "나 역시 아시안컵이 끝나고 고민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처럼) 대표팀에서 많은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 빠져 대표팀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나마저 빠지면 후배들이 힘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랑 하는 게 즐겁다. 대표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전에는 길게 내다봤다. 내가 있으면서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도 했다"며 "앞으로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몸이 되는 데까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있을 콜롬비아전과 카타르월드컵 예선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무려 21개 슈팅을 때리고도 1골 밖에 성공하지 못한 골 결정력에 대해선 "기회가 많았지만 골을 못 넣은 것은 반성할 부분이다"면서도 "지금은 결과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정을 봐줬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많이 바뀌었다. 팬들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좋은 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오늘 경기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중요한 평가전이었는데 이길 수 있어서 기쁘다. 내가 굳이 안 넣고 다른 선수가 넣었어도 그만큼 기뻤을 것이다"고 보탰다.

이청용은 A매치 88경기(9골)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현 대표팀에선 태극마크 커리어가 가장 화려하다.

그는 후배들을 향해서 "내가 어릴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어릴 때부터 유럽에서 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훈련에서 주눅 드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며 "굉장히 긍정적이다. 관심을 많이 갖고 기대도 하겠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형으로서 옆에서 조언해주고 싶다. 팬들도 기다림을 가졌으면 한다. 성장하는 과정이기에 미래를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벤투 감독과 전술 변화에 대해선 "굉장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다. 감독님이 팀을 이끄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고 확신하기에 즐겁다"며 "다만 아시안컵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앞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과정을 봐줬으면 좋겠다. 더 이상은 월드컵을 1년 앞두고 경질되고 감독이 교체되는 것은 없어야지 않나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도 했다.

그러면서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벤투 감독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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