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필자가 어렸을 적 유명세를 탔던 ‘틴틴파이브’라는 가수 겸 개그맨이었던 그룹이 있었다. 당시에 표인봉, 이웅호, 이동우, 김경식, 홍록기로 구성되어 꽤 인기가 있었던 그룹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 멤버 중 이동우라는 개그맨이 지금은 종영된 SBS 방송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나와서 자신이 지금 거의 실명상태이며 망막색소변성증으로 힘들었던 과거와 현재의 자기의 모습에 대해 털어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당시 망막색소변성증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었다.

개그맨 이동우가 앓고 있는 망막색소변성증이란 간단히 말하면 망막의 시세포가 사라지는 진행성 망막질환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 가는 질환이다. 태어날 때부터 실명 상태가 아니라 멀쩡하게 잘 지내던 사람이 점차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보니 참 안타까운 질환이고 현재 필자의 병원에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경과관찰 중인 환자가 있는데 역시 나이가 많지 않은 30대 중반의 남성이라 진료를 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이 망막색소변성증은 정확히 어떤 질환이고 초기 증상, 또 치료방법은 없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망막색소변성증이란 진행성 광수용체의 기능장애로 양안에 시야 손상이 진행하고, 전기 생리검사에서 이상을 보이며 망막의 색소성 변성을 동반하는 여러 가지 유전질환군을 말한다. 대부분 망막의 변성에 의한 안과적 증상을 보이나 간혹 전신적인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며 다만 유전자 이상에 의하거나 망막과 관련된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약 3,500명에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암순응 장애에 의한 야맹증이다. 환자는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적응을 정상인보다 못하고 어두워지면 행동에 장애를 나타낸다.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저녁 퇴근 시나 외출 무렵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불편함을 겪는다. 이런 야맹증은 대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며 성인이 될 때까지 호소하는 유일한 증상일 때가 많다. 중심시력은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개 말기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백내장, 낭포황반부종 등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중심시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중심시력이 초기부터 떨어진 경우, 양안의 시력저하 정도가 다른 경우에는 망막색소변성이 아닌 다른 질환을 먼저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증상이 초기에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려운 질환이다.

특징적인 안저 소견으로는 망막색소상피의 탈색소, 위축, 색소성변성, 세동맥의 가늘어짐이다. 색소 침착의 모습이 좀이 먹은 양상(moth-eaten appearance)이나 후추소금안저(salt and pepper scattering)의 양상을 흔히 보인다. 망막색소상피는 얼룩덜룩해지고 파괴되어 망막으로 색소가 이동하여 뼈조각 모양의 색소침착이 있다가 결국에는 망막색소상피와 맥락막모세혈관이 위축되어 큰 맥락막혈관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렇다면 치료방법은 무엇일 까 얼마 전 고인이 된 프로레슬링 선수 이왕표 씨가 유언으로 이동우 씨에게 자신의 망막을 기증하겠다고 발언했던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근본적으로 시력을 되돌리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계속 발전해가는 의학의 진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치료는 남아있는 시각세포를 유지하여 시력 감소를 늦추고 일상생활에 미치는 불편함을 줄이며 동반된 안과적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망막 광수용체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동안에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생화학적인 이상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유전 치료를 들 수 있다. 모든 망막색소변성증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영양 보충제 등을 통해 망막 광수용체의 점진적인 변성을 늦추거나 억제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음식물 중 색깔 있는 야채와 루테인 등 황반 색소가 들어있는 계란, 시금치, 호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있는 등푸른 생선, 포도씨기름, 올리브 기름 등도 좋을 수 있고 튀김이나 흡연은 오히려 해가 된다. 인공망막등 대체망막을 삽입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장기적 연구결과는 없는 상태이다.

이상 알아보았듯이 근본적인 치료는 없으나 불편한 증상을 개선시키는 대증요법만으로도 환자의 불편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백내장 등의 질환은 수술로써 치료를 하고 외출시 색안경으로 자외선 및 550nm 이상의 푸른빛을 차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도록 주위에서 잘 지지해주는 지지요법도 필요하다. 이 씨의 경우 시력을 잃었을 당시에는 사라지고 싶다고 발언할 만큼 좌절했지만 지금은 음반활동, 공연활동, 영화감독, 라디오방송 진행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진취적으로 삶을 살아가며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더 영향력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오히려 본인은 장애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을 위해서만 이기적인 마음의 장애를 가지고 사는 비장애인들이 더 많은 것은 아닐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윤호병원 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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