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꿀단지? 지주사 vs 증권사 격돌

금융권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승우, 이하 예보)는 지난달 20~21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 중 6개 저축은행(4개 패키지)의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예보에 따르면 토마토저축은행(자산 1조5727억 원) 입찰에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참여했으며, 제일저축은행(자산 1조3873억 원) 입찰에는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했다. 또한 대영저축은행과 에이스저축은행 패키지(자산 9310억 원) 입찰에는 키움증권, 아주캐피탈, 러시앤캐시가 나섰으며, 프라임저축은행과 파랑새저축은행 패키지(7058억 원) 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 BS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아주캐피탈, 러시앤캐시가 나섰다.

금융지주사에서부터 증권사, 캐피털사, 대부업체 등에 이르기까지 각 금융사들이 앞다퉈 유효경쟁을 성사시키는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금융지주사의 경우에는 하나의 금융지주라는 테두리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증권사의 경우에는 주식대출과 연계한 여신 부문을 확장해 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가능성 있는 매칭은 토마토저축은행-신한금융지주, 제일저축은행-KB금융지주, 대영저축은행-현대증권, 에이스저축은행-키움증권 등이다.

대영·에이스저축은행 패키지의 대영저축은행은 이미 현대증권이 대영저축은행 자체 정상화 기간 중 인수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에이스저축은행과 개별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프라임·파랑새저축은행은 아직 인수 유력자를 알 수 없으며 향후 하나금융과 BS금융의 경합이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상반기에 있었던 저축은행들의 매각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불발됐지만 하반기의 경우 매물 자체가 매력적인 데다가 유효경쟁이 성립돼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본지 [일요서울 제908호 - 업계 2·3위도 무너진 저축은행권...출구는 어디에]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금융당국의 칼끝에 지난 9월 18일 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에이스·대영·파랑새저축은행 등 총 7곳의 저축은행 영업이 정지됐다. 특히 업계 2위 토마토저축은행, 3위 제일저축은행까지 영업이 정지된 것은 시장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저축은행들을 부실의 덫에 빠지게 한 것은 바로 무분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이하 PF)대출이다. 특히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과 에이스저축은행은 경기도 일산시외버스터미널 건설 사업에 각각 1600여억 원과 4500여억 원 등 총 6100여억 원을 대출해 줬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2002년부터 10년 동안 대출을 반복해 내주며 담보 가치의 4배가 넘는 자금을 쏟았고 회수금은 원금의 1/4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러한 부실 저축은행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느슨한 감독 하에 부실을 눈덩이처럼 불리다가 결국 부도 위기에 처하기 직전, 공적자금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담긴 링거를 꽂아 잠시 숨을 연장했다.

또한 본지 [일요서울 제895호 - 부실 저축은행, 언제까지 국민혈세 빨아 연명하나]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정부의 구제는 매번 반복되어 왔다.

지난해 7월 3차 매각에서는 61개 저축은행이 참여해 3조8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PF사업장을 매각했고 정부는 공적자금 2조8000억 원을 들여 이를 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 장영철, 이하 캠코)에 매입하게 했다. 지난 6월 4차 매각은 40여 개 저축은행, 1조9000억 원 대의 규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실 PF채권을 캠코에 넘긴 저축은행 중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은 무려 11곳에 달한다.

캠코 관계자는 “다수 저축은행들로부터 부실 PF채권을 평균매입률 74%에 사들였고 환매 만기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며 “사후정산 조건이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자체는 환매 시 돌려받는 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계속된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자 저축은행들은 법망을 피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이하 SPC) 설립과 PF대출로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실 저축은행들에게 드리워진 부실의 그림자는 전부터 짙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저축은행의 부실 PF대출이 문제로 지목됐으나 정부는 수수방관을 일삼다가 위험하다 싶을 때만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가렸다. 정부가 영업정지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겨우 올해 초부터다.

현재는 수많은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라는 딱지를 달고 시장의 매물로 나와 있는 실정이다. 영업정지의 조건 중 하나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할 때다. 한때는 우량했던 저축은행들이 방만한 경영으로 한순간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짐에 따라 영업정지 후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주사·증권사 등 인수의향자들이 M&A가 아닌 P&A 방식으로 우량 자산 및 부채를 빼내간다면 남는 부실은 고스란히 정부가 떠맡아야 한다. 뒤늦게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이미 소 잃고 고치는 외양간을 바라보는 예금주들의 탄식은 언제까지 반복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P&A란?

P&A(Purchase & Assumptions)는 자산부채이전이다. 인수합병인 M&A와 달리 P&A는 해당 기업의 우량 자산 및 부채를 골라내서 인수하는 방식이다. P&A는 부실채권을 인수할 필요가 없어 소요되는 자금 부담이 적고 동반 부실화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P&A는 정부 주도 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수자가 우량 자산 및 부채를 가져가면 남는 부실채권은 정부가 떠안게 된다. 또한 인수자가 자산과 부채를 가져간 후 일시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인수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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