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공임대가 LH의 경제적 이익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김동령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 회장.
김동령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연합회’ 회장.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경기도 판교 지역에서 시작된 ‘10년 공공임대 사태’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10년 공공임대는 10년간 월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분양 전환되는 제도다. 이 기간 동안 판교의 집값이 3배 가까이 폭등해 세입자들이 쫓겨날 처지가 되면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대규모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분양전환 가격이 5억 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최장 10년간 분할 납부토록 하고, 장기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등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분양금액은 ‘감정평가액을 고수하겠다’고 밝혀 세입자들의 반대가 이전보다 커진 상황이다.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연합회원 수천여 명은 연일 정부를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 다음은 김동령 회장과 일문일답이다.

- 정부와 갈등을 겪게 된 근본 원인과 시작점은.

▲ 무주택서민들이 1가구 1주택을 실현할 수 있는 공공주택은 분양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5년, 10년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등 크게 3종류가 있다. 5년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은 분양가상한제 등 원가연동제 방식을 채택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유독 10년 공공임대만 10년 후의 시세 감정가액으로 분양 전환한다. 10년 차 신도시는 기반시설 조성이 완비되는 시점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아지는 시점이다. 이 부당한 분양전환가격으로 인해 입주민들은 상위 법률에 규정돼 있는 우선분양전환권이 사실상 박탈돼 길거리로 쫓겨나야 한다. 10년 공공임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 LH가 ‘횡포’와 ‘적폐’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정한 이유는.

▲ 공공주택특별법시행규칙에서는 ‘감정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상한선만 있기에, 민간건설사가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감정가액보다 훨씬 저렴한 확정분양가격으로 분양 전환하겠다고 한 사례가 2만 호가 넘는다. 그런데 LH만 그 법정 상한선인 시세 감정가액 그대로 분양 전환하겠다고 하고 있다.

결국 LH는 민간건설사보다 더 높게 분양가격을 책정해 부동산 가격 폭등을 선도하는 ‘적폐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국토교통부와 LH, 투기꾼들이 만든 결과인데, LH의 부당한 분양전환가격으로 인해 평생 동안 부동산 거래 한 번 해본 적 없는 우리 무주택서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LH는 우리 입주민을 내쫓고 제3자 매각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는데, 결국 국민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신도시 공공택지를 통해 다주택자를 양성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한민국 주거 안정의 가장 큰 적폐 행위 중 하나가 바로 다주택자 양성이다. 이는 10년 공공임대의 임차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택지에서 LH가 분양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임대를 시세 감정가액으로 분양한 선례가 생긴다면 민간건설사들도 공공임대 제도를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 신도시 공공택지를 통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무주택서민들에게 그 기회가 대폭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위례신도시에서 호반건설산업은 공공분양으로 사업을 승인받았다가,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마음껏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분양전환되는 공공임대로 사업계획을 변경 신청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판교지역의 모아미래도도 3.3㎡당 1200만 원에 분양 전환했다가 LH가 시세 감정가액으로 한다는 소식에 이젠 시세 감정가액으로 분양 전환하겠다고 하고 있다.

- 주민들이 주거 불안정으로 인해 겪고 있는 구체적인 어려움은.

▲ 우리들은 66m2(20평)짜리 아파트 하나 장만해보려고 평생을 성실히 살아온 대한민국의 서민들이다. 국가가 청약저축통장을 오래 납입하면 그 기회를 준다고 해서 10년~20년 동안 청약저축을 납입해 왔다. 

모집공고문에 감정가액으로 분양전환할 테니 자세한 내용은 법을 찾아보라고 나와 있는데, 평생 동안 부동산 거래 한 번 해본 적 없는 우리가 감정가액이 뭔지, 법을 찾아봐도 그 감정가액이 공시지가인지, 원가법에 의한 감정평가인지, 거래사례비교법에 의한 감정평가인지 그런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10년 동안 걱정 없이 살다보면 내 집이 된다’는 LH의 홍보 문구만 믿으며, 대출이자, 재산세, 종토세, 토지계획세가 포함된 5000만~6000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10년 동안 납입해 온 것이다. 

어느 장애인 주민은 국가유공자로 단 한 번의 기회를 사용해 이곳에 왔는데, 여기서 쫓겨나면 어딜 가냐며 한탄하고 있다. 어느 80대 할머니는 이곳에 입주해 사시다가 돌아가신 남편 분의 평생 소원이 가족들을 위한 내 집 마련이었다며 그 꿈을 할머니가 이어가겠다고 집회에 계속 참여하시며 눈물로 절규하고 있다.

-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분양전환 감정가는 위헌이 아니다”라는 발언에 대한 연합회의 입장 및 반박 의견은.

▲ 너무나도 큰 망언이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을 부동산 헬조선으로 만든 중앙관료들의 적폐의식이다. LH가 민간건설사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LH가 공익보다 사적 이익을 우선시할 거라면 LH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 국토교통부가 여야 3당이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발의한 개정 법안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취한다면.

▲ 우리 수십만 명의 10년 공공임대 입주민들 외에도 그 친인척들은 그 법률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한 처절한 심판을 총선에서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대통령이 수많은 입주민들 앞에서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개선하겠다고 직접 한 약속을 아직까지는 믿고 싶지만, 국토교통부가 계속 국회 법률안 통과를 반대한다면 청와대를 향한 대정부 투쟁도 불사할 계획이다.

- 향후 정부와 국회 등이 취해야 할 정책, 법안에 대해 조언할 내용이 있다면.

▲ 국토교통부의 연장, 대출이라는 거짓 포장된 지원책의 세부 내용을 보면, 우선분양전환권 박탈과 감정가액으로 확고히 진행하겠다는 검은 속내가 들어 있다. 이미 전국 62개 단지 8만 명이 국토교통부의 입법예고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한 상황이다.

공공택지에서는 민간건설사가 부자들에게 공급한 중대형 분양도 분양가상한제로 저렴하게 공급하는데, LH가 서민들에게 공급한 중소형 공공임대를 그보다 훨씬 더 비싼 시세 감정가액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며, 형평성에 어긋난다.

국토교통부가 우리를 시세차익이나 노리는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되는 것인데 우리가 무슨 시세차익을 남긴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방지하는 전매제한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 우리는 그 전매제한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LH “국토부와 정치권 결정에 따를 것”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기준을 ‘시세 감정가’에서 ‘분양가 상한제’로 조정해야 한다는 연합회의 주장과 관련해 LH는 난감한 입장이다. 법을 따라야 하는 LH가 마음대로 분양기준을 조정할 수도 없는 데다가, 분양가 등에 손을 댈 경우 자칫 ‘배임’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LH는 법 규정을 그대로 준수해서 국민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토부와 정치권에서 대책을 마련해주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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