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56) 전주 KCC 기술고문 [뉴시스]
전창진(56) 전주 KCC 기술고문 [뉴시스]

 

[일요서울 | 김태산 기자] 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이 최근 6강 플레이오프 경기 도중 이어폰을 착용하고 경기를 관전한 전창진(56) 전주 KCC 기술고문에 대해 "이어폰 착용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에 위반은 아니지만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전 기술고문은 23일 KCC와 고양 오리온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이 열린 전주실내체육관을 찾아 KCC의 벤치 뒤편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그런데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어 오해를 불렀다. 이 모습은 TV 중계에 잡혔다.

KBL 관계자는 26일 "전 기술고문이 1차전에서 이어폰을 착용하고 경기를 본 것을 인지하고, 경기본부에서 회의를 가졌지만 이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 규정 위반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프로농구는 전자기기 사용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 의지만 있다면 TV 중계로 상대의 작전타임을 엿듣고 빠르게 작전에 활용할 수 있다. KBL은 "과거 모 구단 전력분석원의 유사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꼼수로 통한다.

프로축구, 프로배구는 벤치에서 헤드셋 착용 등 전자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더그아웃에서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전 기술고문은 규정상 벤치에 앉을 수 없기 때문에 설령 전자기기 사용 금지 조항이 있다고 해도 적용이 가능한지는 해석이 필요하다.

KBL 관계자는 "25일 열린 2차전에서는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았다. 종이와 펜을 가지고 메모만 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매 경기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규정 위반이 아닌데 계속 지켜보겠다는 KBL의 태도가 모순이지만, 이는 전 기술고문의 특수한 상황과 위치 때문이다.

전 기술고문은 무혐의를 받았지만 과거 승부조작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KCC 구단에서 수석코치로 선임하려고 했다가 재정위원회의 '등록 불허' 조치 유지로 복귀가 무산됐다. KCC는 KBL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고문' 직함을 줬다. 사실상 선수단 관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 KBL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리하게 복귀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규정을 어긴 게 없으니 KBL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애매한 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전 기술고문의 모습이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KCC의 외국인 사령탑인 오그먼 감독의 작전타임을 듣고, 기술고문 자격으로 따로 조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 싶지만 오해를 부른 장면은 맞다"고 했다. 

앞서 정규리그에서는 전 기술고문이 벤치 뒤로 내려와 선수에게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KBL 관계자는 "등록된 감독이나 코치가 아닌데 벤치에서 직접 선수에게 지시하는 건 안 된다. 이미 구두로 경고했고, 재발할 경우에 재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는 것을 KCC 구단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KCC와 오리온의 6강 플레이오프는 1승1패로 팽팽하다. 3차전은 27일 오리온의 홈 고양체육관에서 열린다.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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