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 이용해 차익 올렸나?

대기업 오너들의 잇단 자사주 매입을 둘러싸고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가 부양과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권 강화를 노린 포석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최근 지주사 전환에 나선 한진중공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것이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자사주 취득은 미공개정보 이용 금지 위반에 해당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은 지배권 강화와 주가부양에 따른 막대한 차익 실현에 목적이 있을 뿐 지배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지주사 전환 전 자사주 매입

지난 16일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한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자사주 70만주를 사들였고 이에 앞서 1월에도 27만주를 매입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자사주 매입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올 들어서만 97만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비중은 1199만주(18.5%)로 2년 전보다 0.42%포인트 높아졌다.

한진중공업은 자사주 97만여주를 사들이는데 365억여원을 썼지만 이 주식의 가치는 현재 473억원대로 100억원 이상 불어난 상태다. 한진중공업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하고 자사주를 사들였다면 100억원 이상의 돈이 더 들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지난달 5일 회사 주식 9만1180주를 주당 3만2734원(약 30억원)에 매입, 지난주 종가 5만5000원(약 50억원) 기준으로 불과 50일 만에 20억 원대의 평가차익을 남겼다. 또한 조 회장의 부인인 김영혜 씨, 장남 조원국 씨, 장녀 조민희 씨도 14일 총 2300주(1억2000만원)를 추가 매입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주사 전환 진행 사항이 대주주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자사주를 먼저 매입한 뒤 지주사 설립 신고를 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 사실상 미공개 정보 등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조 회장 회사 주식 취득 공시에 변동일(실제 취득일 2007년 4월 5일이나 공시는 2007년 5월 15일로 기재) 잘못은 회사측이 정정 공시를 신청한 사항으로 법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오너가 자사주 사면 주가는 오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3세인 박철완, 박세창, 박준경씨는 지난 8일 금호산업 주식 3만1300주씩 총 9만3900주를 시간외매매로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매입했다. 지주사 전환에 대비해 대주주 지분이 적은 금호산업에 대한 지분 확대를 위한 것이다. 금호산업은 이들의 지분 매입 이후 주가가 3만500원(약 28억원)에서 지난주 3만9250원(약 37억원)까지 올라 불과 17일 만에 주가 차익만 약 10억원에 달한다.

롯데쇼핑 신영자 부사장과 친인척들은 지난 3월13일 롯데쇼핑 주식 4150주를 장내에서 33만6691원에 사들였다. 지난주 롯데쇼핑 주가는 35만3000원으로 공모가를 회복해가고 있다.

이에 앞서 LG패션 구본걸 사장은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LG패션 지분율을 꾸준히 확대했다. 지난 1월31일 47만3660주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164만6340주를 매수해 지분율을 9%까지 높였다. 연초 2만1000원이던 주가는 2만5700원으로 22% 이상 올랐다.

결국 오너가족들은 회사사정에 밝은 만큼 실적 개선 등과 같은 호재가 있거나 예상될 때 주식매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점을 전후해서 매수한다면 성공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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