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지난해 9월20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 제이스와 탬파베이 레이즈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
9회 말 토론토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점수는 8대2, 탬파베이가 6점이나 앞서고 있었다. 사실상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토론토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3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무려 7점을 올리며 9대8의 기적 같은 역전극을 연출했다.
경기장은 난리가 났다. 홈 팬들은 환호했고 토론토 선수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이날의 충격적인 패배로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진출이 좌절된 탬파베이 선수들은 이 기막힌 대역전극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존 기븐스 토론토 감독은 평소 “이 팀에게 포기란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선수들이 이날 그것을 증명해보인 것이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알고 있고, 승부세계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서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생기지 않았던가.
어디 메이저리그에서만 이런 각본 없는 9회 말 역전극이 연출될까. 야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일어난다.
KBO에서도 9회에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되는 것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파이팅 정신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프로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야구로 먹고 사는 직업이니 말이다.
그런데, 26일 갓 개막한 KBO 2019시즌 기아 타이거스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운동 경기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기아가 6점차로 뒤진 채 9회 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을 하던 중 한화 한용덕 감독이 2사 1루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인 정우람을 투입했다. 그러자 김기태 기아 감독은 불펜에 있던 투수 문경찬을 급히 대타로 기용했다. 문경찬은 정우람이 던지는 3개의 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며 삼진을 당했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경기가 끝나자 한용덕 감독이 ‘불문율’을 어겼다느니, 김기태 감독이 ‘자존심’이 상해 그랬다느니, 별의 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본질은 어디다 내팽개쳤는지 모르겠다. ‘불문율’ ‘자존심’이 이날 경기의 본질인가?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마인드가 실종됐다는 게 본질이다. 점수 차가 1점이든, 6점이든, 11점이든 이기고 있는 팀이나 지고 있는 팀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기븐스 감독의 말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김기태 기아 감독은 이날 패색이 짙자 주전들을 빼버리는 등 경기를 ‘일찌감치’ 포기해버렸다. 그리고는 상대가 투아웃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를 내자 투수를 대타로 내보내는, 참으로 속 좁은 행동을 했다.   
한용덕 감독 또한 지탄받아 마땅하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그런 상황에서 정우람을 내보내는 것은 상대 팀으로부터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아니냐고? 그런 것도 눈치껏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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