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일당 중 수거책 A씨가 B씨에게 피해금을 건네는 모습. [뉴시스]
보이스피싱 일당 중 수거책 A씨가 B씨에게 피해금을 건네는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금융사기에 현혹되기 쉬운 노인들을 상대로 공공기관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저지른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절도 등 혐의로 중국인 A(30)씨와 대만인 B(28)씨를, 사기 등 혐의로 중국동포 C(63)씨를 각각 구속했다고 27일 발표했다.

A씨 등은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서울, 성남 등 수도권 지역에서 세 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으로 43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갖는다.

경찰에 의하면 이들은 수거책,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 준비를 갖췄다.

이들은 우체국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다가갔다. 전화로 "우체국 직원인데 계좌가 도용됐으니 현금을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피해자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인출한 돈은 집 안 냉장고 등에 넣도록 이끌었다. 이후 이들은 피해자를 집 밖으로 유인한 뒤 빈집에 침입해 돈을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 우체국 직원을 사칭한 점을 악용, 피해자를 우체국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피해자가 우체국에 주차된 차량 위에 현금을 올려놓고 자리를 피하면 돈을 챙겨 도주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최대 2200만 원, 최소 1100만 원을 챙겼다. 피해자들은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돌입해 경기도 모처에서 수거책 역할을 맡은 A씨를 체포했다. 이후 A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환전책 B씨와 또 다른 수거책 C씨의 이동경로를 좇아 이들을 지난 19일 모두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위장했고, 범행 뒤에는 공원이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왔다"며 "검거과정에서 1100만원을 회수해 모두 피해자에게 환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A씨 등을 상대로 범죄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이들과 연관된 다른 조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망을 넓혀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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