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vs‘잡음 속출’… 강성 펀드 주목 받아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국내 주요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몰린 3월, 혼란이 예상됐던 슈퍼 주총데이가 큰 잡음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사 선임, 현금 배당 등 당초 준비한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하며 일사천리로 주총을 끝냈다. 하지만 일부 기업 주총장에서는 진행 방식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고, 노동조합의 날선 감시를 받으며 긴장 속에서 주총이 진행되는 등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업들, 주요 이슈 ‘이사 선임·배당’ 큰 문제 없이 원안대로 의결
MG손보, 노조 갈등 속 대표 1년 연임 안건 통과하며 한숨 돌려

당초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예상됐던 현대자동차 정기주주총회는 약 1시간 30여 분만에 미국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완패로 끝났다.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는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완승과 함께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차, 엘리엇과 표 대결 ‘완승’

현대차는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4월 주주가 된 엘리엇의 첫 안건 제안, 정의선 수석부회장 대표이사 선임, 보통주 기준 현금배당 건 등이었다.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3000원 등 배당금을 제시했다. 엘리엇은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을 건의하면서 우선주를 포함해 배당금 5조8000억 원을 요구했다. 당초 회사가 제시한 주당 배당금의 7배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고배당 요구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날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82.1%가 참여한 결과 현대차가 제시한 기말배당 승인의 안건이 69.5%가 찬성하면서 통과됐다. 

사내이사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3명이 선임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 정 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LG의 경우 LG그룹 지주사 (주)LG의 정기주주총회가 무려 16분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이날 하범종·최상태·한종수 이사가 선임됐다. LG는 지난 26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같이 의결했다.

하범종 LG 재경팀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되고 최상태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3명의 이사 모두 재무와 회계에 능통한 전문가로 LG는 이번 선임으로 회계 강화에 힘을 실었다. 

주총 의장을 맡은 권영수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 명의의 인사말을 대독하며 4차 산업 선제대응을 강조했다. 이날 LG는 주당 예정 배당금 보통주 2000원에 우선주 2050원을 의결했다. 이사 보수 한도는 전기와 마찬가지로 180억 원으로 승인됐다.

입장 혼란에 ‘사과문 게재’ 사태도

최근 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과의 갈등이 격화됐던 MG손해보험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본사 사무실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김동주 대표의 1년 연임 안건을 통과시키며 한숨 돌리게 됐다.

노조는 이를 당분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19일 합숙파업에 돌입하며 김 대표가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총에서 임기가 연장될 경우 투쟁수위를 높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연임 안건 통과 후 노조 측은 3년 연임이 아닌 1년 연임인 만큼 향후 자본 확충이나 경영정상화 의지 등을 살피며 대응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주총에 3시간 이상이 시간이 소요된 기업도 있었다. 지난 23일 오전 9시 시작된 삼성전자 주총은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다만, 주총에서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 전부터 논란이 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사외이사 재선임,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신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날 ‘액면분할’ 후 처음 맞은 주총인 탓에 1000여 명 이상의 주주가 대거 참석해 이들이 입장에 불편을 겪으면서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결국 회사는 주총이 끝난 직후 홈페이지에 ‘큰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다. 

회계감사가 뭐길래…
‘매의 눈’에 걸려 비적정 의견 받은 기업 어디?

외부감사 규정이 대폭 강화돼 주총 시즌과 맞물린 올해 회계감사에서 ‘쇼크 사태’를 맞은 기업들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과 모기업 금호산업은 지난 22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비록 나흘 만에 ‘적정’으로 전환됐지만 일단 회계장부상 적자폭이 크게 확대된 점이 리스크로 거론되는 부담스런 상황이다.

결국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8일 회계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장사는 건설업체 신한 1곳이다. 나머지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폴루스바이오팜 등 3곳은 모두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 중에선 2곳을 제외한 16곳이 모두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의견 거절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는 ▲케어젠 ▲지와이커머스 ▲EMW ▲KD건설 등 16곳이다. ▲셀바스헬스케어와 ▲영신금속 등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깐깐해진 회계감사 탓에 제출 시한을 넘긴 기업들도 다수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웅진 ▲NICE ▲JW홀딩스 ▲에스엘 등 12곳이 제출시한을 넘기고도 감사보고서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1일엔 40건의 지연 공시가 한꺼번에 올라오기도 했다.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기고도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 따른 페널티는 없지만, 제출을 미루는 기업의 경우 감사의견을 두고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자칫 투자자들의 불안과 의심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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