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를 추진하고 있다는 한국의 증권거래소가 이런 모습이라고 상상도 못했으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한 내외국인들이 내뱉고 있는 말이다.
증권·금융의 중심부인 ‘한국의 월가(街)’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일대의 모습이 흉물스러운 거리로 변했다.
코스콤 비정규직의 장기 농성으로 증권선물거래소의 겉모습은 마치 철장에 갇힌 서낭당과 같아 일반인들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고 내부에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기록하는 지수와는 반대로 모티브가 없는 조직원들의 어두운 얼굴만이 있을 뿐이다.


코스콤비정규지부가 파업농성을 하고 있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주변은 마치 흉물스러운 ‘서낭당’과 같다.

지난 한달 가까이 이곳 주변은 거리에 심어진 가로수는 울긋불긋한 천들이 난무하고 있고, 거리엔 벽보와 알림판이 즐비하며, 시민들이 걸어다니는 보도엔 갖가지 유인물로 가득차 있고, 담벼락엔 컨테이너와 비닐천막이 가로막고 있으며, 출입구엔 바리케이트와 경찰들로 빽빽하다.


코스콤 비정규직 농성으로 흉물스러운 거리

또한 머리에 빨간띠를 두른 체 농성하거나 쉬고 있는 초췌한 노조원이나, 거리에서 배식판을 들고 식사를 하는 경찰만과 귀를 찌르는 확성기 소음 속에 묻혀져 있다.

이곳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증권 시장을 배우겠다며 찾는 어린 학생들부터 해외 각국에서 온 방문자들, 업무를 위한 방문자들
어느 누구나 상관없이 일일이 통제를 받아야 한다.

동북아 금융허브 의욕에 차 있어야 할 ‘한국의 월가(街)’의 처참한 모습이다.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비정규직 노조원들(옛 증전ENG, 현 대신정보기술)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건물 안팎을 점거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국내 금융시장의 중추적인 증권거래 전산망이 있어 국가보안시설이며 코스콤은 이곳 설비를 구축하고 관리·유지를 하는 회사다.

이런 농성장의 모습은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비정규직 노조 주장이나, 법리상 이들과 협상을 할 수 없다는 회사측 입장 모두 타당한 부분이 있다.

업계 관련자는 “이번 농성에 대해 노조원과 회사 및 직접 당사자 간의 협상이 아니라 더 큰 규모 집단 간의 이해상충으로 빚어지는 모양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증권선물거래소 1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업설명회(IR)를 해왔으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IR장소를 급히 변경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업계들 IR 장소난으로 ‘비상’

노조원들의 농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기 짝이 없고 거래소 출입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농성의 파편이 기업들에게 튀고 있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거래소 사용도 어렵고 다른 장소 물색도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기업 IR이다보니 행사비용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IR 자체에 대한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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