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에서 가장 눈에 뜨는 현상은 ‘재벌가 딸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의 움직임을 두고 ‘전진배치’ ‘홀로서기’ ‘조용한 분가’등으로 표현되고 ‘제2의 이명희’를 꿈꾸고 있는 야망이 내외적으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재벌가 딸들’의 항해는 아들들의 험난한 경영수업 과정에 비해 그다지 평탄해 보이지만 않는다. 삼성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의 삼성석유화학 최대주주 등극으로 불거진 ‘재벌가 두 딸들’의 움직임을 조명해 본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큰딸인 이부진(37) 호텔신라 상무는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에버랜드 지분 8.36%를 보유하고 있는 그가 삼성그룹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삼성그룹 안팎에선 화학 계열사가 제일모직을 이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34) 제일모직 상무보에게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에 이 상무의 삼성석유화학 지분 인수를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부상하는 호텔신라 이부진, 약진하는 제일모직 이서현

증권업계에서는 이 상무의 삼성석유화학 최대주주 등극을 ‘화학계열사 어어 받기’로 연관지어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석유화학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창업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삼성의 화학사업 계열사들의 사업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즉 현재 삼성그룹 차원에서 불고 있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혁신 작업이 진행되고, 기존 화학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한 지분구조와 향후 삼성 핵심사업과 연계한 사업구조 변신 등 획기적인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이 상무는 신라호텔의 면세점 사업을 대폭 확장해 최대 현안이었던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냄으로써 롯데의 아성에 도전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삼성상품권도 부활시키는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던 중이다.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도 보폭이 커지고 있다. 내년에 두 개의 신규 여성복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는 등 액세서리를 결합해 의류사업을 ‘토털 패션’ 사업으로 키우는 중이다.

또한 제일모직은 화학사업(전자제품 원료)군에도 공격적인 사업투자와 개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부진 상무의 삼성석유화학 최대주주 등극이 이재용 전무보다 그룹 후계자로 한발 앞선 것이 아니냐는 앞선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사실 재계 일각에선 딸들도 경영일선에 참여시키는 삼성가의 가풍상, 그룹 주변에서는 이상무의 경영능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42살 터울지기인 두 딸(신영자· 65·롯데쇼핑 부사장/ 신유미·23)이 음식료 가공,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그룹 계열사인 롯데후레쉬델리카(2006년 매출액 약 260억원)의 3대주주로 올라섰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롯데쇼핑, 롯데상사, 롯데삼강 등 롯데계열사와의 거래로 주로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안정적 순익이 가능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후레쉬델리카의 다른 주주들은 호텔롯데, 호남석유화학(이상 각각 27.13%),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삼강(각각 9.04%) 등이다.

신유미씨는 신격호 회장이 미스 롯데 출신인 서미경(48)씨와의 사이에 낳은 딸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숨겨진 여인’인 서미경 씨는 롯데시네마 서울·수도권 지역 극장 내 매점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는 유원실업의 최대주주다.

서 씨의 딸이 유미 씨로 두 사람은 유원실업의 지분 60%와 40%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 내 매점 사업은 실제로 극장보다도 더 수익성이 좋은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미스롯데 출신으로 서승희라는 예명으로 연예활동을 하던 서씨는 1980년대 초 신 회장을 만나면서 연예계 활동을 접었다.

이후 서 씨는 신 회장의 ‘숨겨진 여인’으로 20년 동안 지내왔다. 서 씨는 유원실업 외에도 롯데리아 매장을 운영하는 유기개발이라는 업체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벌 경영의 본류에 끼지 못한 방계기업의 물류·서비스·부품 공급업을 통해 재벌가 모기업의 후광을 업고 사업을 확장하거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신격호 손녀같은 딸,
롯데 3대주주 경영일선 참여


이들은 대재벌 본가는 벗어나고 싶은 그늘이 아니라 비바람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우산인 셈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신영자 부사장의 둘째딸인 장선윤(36) 상무도 호텔 쪽에서 다시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 롯데쇼핑에서 갑자기 호텔롯데(마케팅부문장)로 발령이나 여러 가지 소문을 낳았었다. 현안인 본관 리모델링 사업을 진두지휘 중이다.

한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맏딸 성이(45)씨는 그룹 광고 계열사 이노션의 공동 1대주주이다. 공식 직함은 고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신차 발표회와 광고를 직접 관장한다.

정 회장의 둘째·셋째딸인 명이·윤이씨도 최근 노출이 잦아져 호텔업 참여에 적극적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35) 조선호텔 상무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딸 조현아(33) 대한항공 상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맏딸 정지이(30) 현대유앤아이 전무 등은 이미 그룹 내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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