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K증권

오는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앞두고 각 증권사간에 장외파생상품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장외파생상품이 증권사의 획일적인 수익 구조에 변화를 가져 오는 황금 어장으로 떠오르면서, 대형사들이 지배하던 시장에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앞다퉈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SK증권이 지난 10일 금감원에 ‘장외파생상품 영업권’ 인가가 또 다시 무산됨으로써 각 증권사들이 대형 투자은행(IB)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SK증권의 ‘장외파생상품 영업권 인가 무산’에 대해 내세우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자진철회’라고 밝히고 있으나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내부통제 부실이 ‘위험수준’이라는 시각이다.


증권사들 경쟁력 찾기에 분주

증권업계는 “SK증권은 10년전 JP모건과 동남아 파생상품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결국 SK글로벌사태까지 야기했다” 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속과 국제적인 망신을 톡톡히 사 국내 금융기관의 불신을 초래한 도의적 책임이 잠재적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외파생상품으로 파산할 뻔한 회사가 장외파생상품 영업권 인가를 신청한 것은 무리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SK증권이 가진 태생적 한계로 인해 큰 악몽의 그림자에서 ‘장외파생상품 영업권’ 인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SK증권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 확장으로 수익다변화를 통한 대형 증권사로의 발돋음은 더욱 더 힘들어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SK증권은 루보사 주가조작 사건시 ‘수탁거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지난 7월 5% 룰을 위반한 허위공시에 최근 직원 횡령 사고까지 불거져 내부통제 기능의 불신을 극복하고 도약을 발판을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SK증권은 증권사 M&A설에 항상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시가총액 1조2453억에 도달해 높아진 몸값에 인수가격 부담이 크고 정작 증권사 수익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외파생상품 영업권’이 없기에 오히려 시장에서는 커다란 메리트를 가진 기업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각 증권사들은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유상증자에 뛰어들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 영업용 순자본비율을 늘려야 위험이 큰 장외파생상품, 투자은행(IB), 직접투자(PI) 등에 적극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자본규모가 증
권사 경쟁력의 척도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증시 시황에 따라 수익이 바뀌는 불안정한 수익구조를 탈피해 고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를 찾고 있기에 더욱 더 장외파생상품, IB, PI 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장외파생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취득한 증권사는 총 18개사다. 특히 최근 동부증권, 서울증권 등
이 파생금융상품 겸영인가 승인을 받아내면서 국내 증권사 14개, 외국계 4개사가 경쟁을 벌이게 됐다.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상품을 발행, 판매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 금융감독원에 장외파생상품 영업권 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의 범위도 지금 보다 훨씬 더 넓어지게 된다. 현재 대부분이 ELS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날씨나 온도 같은 지수도 계량화 해 기초자산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력과 시스템 등을 갖추며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쟁을 준비 중이다.

개인투자자들과 기업투자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헤지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증권사들의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장외파생상품시장은 거래당사자의 신용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해 거래의 허용을 위한 법적 토대와 뿐 아니라 자산규모 확대 등 내외부적인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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