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1년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으로 영남권이 재차 들썩거리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영남권 5개 새누리당 단체장과 정부가 협의하고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 후보지 대신 김해 신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결정을 미루다 총선이 끝난 직후 김해 신공항 확장으로 결정해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 부산은 가덕도, 경남은 밀양과 김해를 지지해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박근혜 정부는 김해를 선호한 대구/경북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이 대구/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15개시.도 광역단체장을 석권하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부울경이 선거사상 처음으로 같은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동시에 당선되면서 김해대신 가덕도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다.

일단 추진하는 부울경 3개 단체장도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경남의 경우 김해나 가덕도나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거리차이도 별로 없다. 하지만 울산은 김해에서 가덕도로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30km나 멀어진다. 가장 적극적인 오거돈 부산시장이다. 울산시가 같은 당 소속 단체장으로 문제 제기를 못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할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계획대로 김해 신공항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가 ‘총리실 검증절차를 따르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2차관으로 김해 신공항으로 결정한 책임자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나서 ‘5개 영남권 단체장의 입장’을 우선시 하겠다면서도 사업이 지연될 경우 총리실에서 검증해서라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혀,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해 대구경북 지역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경북 한국당 인사들은 ‘총선용’이라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최정호 장관 후보자에게도 ‘책임자’로서 일관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3개 단체장간 미묘한 입장차, 국토부 수장의 혼선으로 TK와 PK간 민심이 악화되자 “총선용으로 시간만 끌지 말고 대통령이 나서 가덕도로 하겠다고 지시하라”고 촉구했다.

신공항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의도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권이 바뀌고 선거철이 되면 지역내 중요 국책사업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과거 세종시 행정수도관련 이명박 정부가 수정안을 통과시키려하자 박 전 대통령이 ‘원안+@’를 고수해 날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국력 낭비였다.

바야흐로 부울경 이해관계 단체장이 원안을 부결시키고 수정안으로 가자하고 정작 주무부처는 대통령 눈치만 본다면 정책은 정치인의 뜻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내년 4월치러질 21대 총선까지 신공항 사업은 답보 상태로 머물고 선거결과에 따라 결정될 공산도 높다.

서둘러 5개 영남권 단체장이 여야를 넘어 지역화합과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 또한 정부부처는 선거와 상관없이 계획대로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총리실과 대통령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 정권이 바뀌고 선거철마다 ‘적폐청산’과 ‘국책사업 뒤집기’로 전국이 들끓는다면 과연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부국장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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