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중략)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

초식동물의 비애를 논하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격 사퇴했다. 아니 스스로 사퇴 당했다. 문재인 정부가 치솟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원인으로 꼽히던 소위 ‘갭투자’를 잡겠다고 전쟁을 벌이던 지난해에 냉면집을 하던 자영업자가 현정부의 주요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후유증으로 인해 벼랑끝으로 내몰린 끝에 내놓은 급매물을 현정권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헐값에 ‘갭투자’로 인수해 놓고는 한다는 말이 실로 가관이다.

“투기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아니면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가 해당된다. 저는 그 둘 다에 해당되지 않는다.” 가히 대변인의 말솜씨답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聽聞會). 영어 단어인 ‘hearings’라는 의미 그대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서 직무수행에 있어 적합한지를 따지고 의혹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자리다.

그러나 과연 듣는 자리였는가. 곁가지라도 청문회 본질과 관련된 의혹은 얼마든지 제기하고 반론할 수 있는 자리지만, 냉정하게 보면 김학의 사건과 관련된 황교안 대표 논란은 박영선 후보자의 중소벤처기업부 업무 수행의 적격성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가.

천하의 박영선 후보자가 누구였던가. “교묘한 말재주로 당신의 허물을 넘어가서는 아니된다”라고 서슬퍼런 모습으로 여러 차례 다른 후보자들을 직접 같은 자리에서 꾸짖어 온 저격수의 대명사 아니었던가.

그가 "물론 CD를 같이 보지는 않았지요. 저는 당황하셔서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지시면서 자리를 뜨시던 그날 오후의 대표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합니다"라고 페이스북에 올리자, 박지원 의원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한테 전화로 낄낄거리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소위 ‘박남매’의 우의를 과시하며 지원 사격을 한다. 과연 두 사람의 주관을 온 국민이 객관화해서 받아들이라는 소린가. 그냥 믿을 거라는 확신인가.

차라리 단순히 웃자는 ‘내로남불’이라면 그냥 웃어넘기겠다. 견강부회(牽强附會)!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면서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을 비유하는 한자어다. 인사청문회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교묘한 말재주로 남을 끌어들여 어물쩍 넘기려는 장관후보자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보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인가.

국토부장관이 “자기가 꼭 필요해서 사는 경우가 아니면 집을 파는 게 좋겠다”고 말하며 투기억제책을 융단폭격 하듯이 쏟아놓을 정도의 전쟁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을 턱밑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대변인이 자기의 전재산을 걸고 재개발 투기를 하고는 버젓이 공직자 재산신고까지 하고도 투기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세상. 과연 정부의 규제를 믿고 순진하게 따르는 대부분의 국민들과 무주택 서민, 절망하는 청년들을 진정 이 땅의 ‘초식동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견강부회’ 달인의 거창한 의문에 되묻고 싶다. “도대체 그대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서원대학교 교수 / 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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