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김원이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진성준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후임으로 3월 21일 취임했다. 김 신임 정무부시장은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을 공유하는 몇 안 되는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김 부시장 역시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길어야 6개월간 서울시에 머물 수밖에 없어 이를 바라보는 정무직 공무원(별정직 공무원, 이하 어공)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진 전 부시장은 9개월 있는 동안 총선 출마를 위해 ‘자기정치만 하고 간다’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김 부시장의 등장이 달가울 리 없다. 김 부시장은 2015년 감사원 지적을 받아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전력도 있어 어공들의 불만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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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이 부시장 취임... “6개월 짜리…총선경력용…”불만
- 박 시장 측근들 간 ‘기싸움’...‘차관급’ 자리다툼 ‘비화’

서울시 공무원은 크게 일반직 공무원, 계약직 공무원(별정직, 일반 임기제)으로 나뉜다. 그중에서 시장 비서실, 정무부시장실, 정무수석실의 경우 어공들 즉, 시장의 측근들이 주로 일한다. 현재 시장 비서실에는 4급 이상 3명, 5급 이하 13명으로 총 16명이 어공출신이다.

정무부시장실에는 별정직 공무원이 12명으로 5급 이상 9명, 6급 2명, 7급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또 다른 곳은 서울시의회 사무처로 4급이 4명, 5급이하 5명으로 9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시와 의회를 합쳐 ‘어공’은 40여 명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원이 정무부시장(51)이 3월 21일 취임해 어공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최측근으로 박 시장 1기에 활동한 초창기 멤버이기 때문이다. 정무부시장은 시장을 보좌해 국회, 시의회, 언론, 정당과 서울시 업무를 협조·조정하는 차관급 지위다.

김 부시장은 천정배.김근태 보좌관을 거쳐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에 합류해 시정 1기(2011~2014)를 정무보좌관으로 함께했다. 시정 2기에는 정무수석수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이뿐만 아니라 목포·신안 출신으로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고건 서울시장 시절 신계륜 정무부시장의 비서를 지냈고 DJ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어공이 ‘어공’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 왜?

김 부시장이 그러나 어공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는 2015년 1월 말 감사원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인사라는 점이다. 당시 5급 임기제 공무원으로 들어온 김 부시장은 수당은 3급 상당으로 수령하고 5급 이하 공무원에게만 지급되는 초과근무수당도 함께 수령했다. 5급 임기제로 들어와 3급과 5급 공무원에게 주어진 혜택을 동시에 받은 셈이다.

임기제 계약직 ‘가급’의 신분으로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를 연간 2420만 원과 직책별 업무추진비 월70만 원, 사무실 지급 등 5급 이상 대우를 받은 셈이다. 또한 김 수석은 재직 기간 5급 이하 하위직만 받을 수 있는 초과근무수당 400여만 원을 수령한 것은 부당하게 특혜를 받은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당시 김 부시장은 “그간의 관례로 알고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 초근수당은 반납하고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다만 박 시장의 외부 영입 인사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특혜 논란으로 물러난 김 부시장은 3년간의 공백기를 갖고 다시 서울시에서 일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특혜 논란’으로 직을 떠난 인사가 직급을 더 높여 차관급으로 온 것에 대해 서울시 공무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별정직 공무원들의 경우 늘공(일반직 공무원)들로부터 ‘총선용 자리보존’, ‘측근 정치’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잖은데, 전임 부시장과 같이 이번에도 ‘총선용 인사’에 대표적인 측근이 내려오면서 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전임 정무부시장은 진성준 전 의원으로 9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로 돌아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 진 전 의원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맡았다가 지난해 7월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영입됐다.

그동안 서울시 내 진 전 의원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20대 강서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 진출에 실패한 진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꺾고 권토중래하기 위해 정무부시장에 있으면서 지나치게 자기 정치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많다.

진 전 의원의 자기정치에 대한 비판은 곧 서울시의회 등 관계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고 정무라인 내부 관리 역시 철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다. 특히 시장 비서실 정무라인, 정무부시장 정무라인, 정무수석 등이 그동안 따로국밥처럼 지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선 준비에 조직 단도리, 3선 시장 보좌까지

서울시 한 인사는 “9개월 동안 진 전 부시장은 서울시에서 한 일도 없고 선거에만 신경 썼다”며 “그런데 김 부시장 역시 취임하자마자 자신이 출마할 목포·신안 출신 지인들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 인사는 “김 부시장의 경우 내년 총선이 1년 남짓 남아, 길어야 올해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최장 근무해야 6개월”이라며 “정무라인뿐만 아니라 일반 공무원들도 김 부시장을 환영할 까닭이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인사는 “김 부시장이 근무하던 때는 3년 전이라 인적 구성도 달라졌고 차기 정무부시장을 꿈꾸던 인사도 있어 당장 정무라인 조직 장악도 급선무”라며 인사에 불만 세력도 존재함을 언급했다. 실제로 김 부시장이 내정됐을 때 서울시 별정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전력이 문제가 있다”, “김 부시장 때문에 그동안 초근수당을 못 받았다”는 등 근거없는 악소문이 서울시 주변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편 박양숙 서울시 정무수석의 경우 김 부시장의 등장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그 역시 박 시장 최측근으로 김 부시장과 함께 내년 4월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인사다. 천안 출신으로 서울 성동구에서 재선, 서울시 시의원을 역임한 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의 3선 당선을 위해 시의원 출마를 포기하고 도운 최측근이다. 이에 박 정무수석이 차기 정무부시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김 부시장이 취임하면서 박 정무수석의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박 정무수석은 김 부시장과 같은 성대 출신 82학번이다. 올해 51세인 김 부시장보다 한창 선배다. 하지만 직급은 아래다. 결국 김 부시장의 3년 만의 서울시  귀환 앞에는 ‘본인 총선 출마’, ‘정무라인 단속’, ‘박 시장 3선 마무리 후 대권 행보’까지 막중한 임무와 역할이 놓여 있어 갈 길이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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