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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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뉴리더들’이 전면에 나선다.

사실상 아버지 시대의 ‘황제 경영’ 총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수평적 리더십 시대가 개막된 셈이다. 차기총수를 예약한 3·4세들은 최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등 여러 변수에도 자신만의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만큼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김동관 등 그룹 장악력 강화
미래사업 협력 확대방안 논의…국내선 정부 여당과 소통 나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5년부터 4년간 기아자동차 대표를 지낸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기아자동차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비상근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으며 그룹 장악력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의 사내이사이기도 한 정 수석부회장은 이로써 1999년 현대차 입사 이후 20년 만에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4개사를 맡게 됐다

핵심계열사서 순항

이번 주주총회 직전에도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흔들었다.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주당 각각 2만1967원, 2만6399원의 고배당을 요구하면서 두 회사 이사회가 제시한 배당 방안에 반기를 들었다. 또 엘리엇 측 인사 각각 3인과 2인을 두 회사에 사외이사·감사로 추천하는 등 영향력을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우군의 도움으로 엘리엇의 공격을 방어했다.

엘리엇의 맹공을 막아낸 정 수석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재벌 2세로 분류되지만 젊은 나이로 3·4세들과 어울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주총 시즌을 맞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SK㈜ 주총을 통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정부 눈치 보기라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나, 이사회 독립성 보장으로 자신이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를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재벌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이끌었다.

구광모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지난달 26일 진행한 첫 정기주주총회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12차례 언급하며 “사랑받는 LG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구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의 융복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산업 간 경계부터 기업들의 경쟁구도까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라며 “LG는 자회사들과 함께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기업이 되도록 매순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라며 “LG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진심이 담긴 우리만의 방식을 더욱 고민하고 발전시켜 국민과 사회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지난해 LG그룹이 일군 성과를 소개하며 그룹 주력 사업인 전자와 화학, 통신 계열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복귀 대신 ‘그림자 경영’을 선택한 가운데 장남과 차남이 각자의 영역에서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방산부문과 태양광·석유화학 등 에너지부문을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미국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태양광부문의 경우 관련 작업을 추진할 대미 투자조직을 정비했으며,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MLB) 소속 LA다저스의 공식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는 등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시장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남방지역에서 발판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상무는 앞서 지난해 김 회장의 베트남 방문에 동행했으며, 당시 김 회장은 팜 느엇 브엉 빈그룹 회장을 만나 제조·금융분야 협업관계 구축 및 현지 공동사회공헌 활동 등을 논의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신남방지역은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국내와 달리 2030 인구가 많고 연평균 5% 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보험산업의 ‘막힌 혈’을 뚫을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올 들어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고 인도 부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대내외 공식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암바니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 축하연에 참석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암바니 가문 결혼식 참석은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사업 때문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릴라이언스 지오가 추진하는 이동통신 4G 네트워크분야의 핵심장비 공급사다. 5G 네트워크 등 여러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추진하는 등 릴라이언스 지오는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결혼식 참석은 릴라이언스와의 협력 확대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이 부회장이 삼성의 새 얼굴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재계는 이들 총수들이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고 ‘각사의 얼굴’로 정부·여당과의 소통을 늘리는 등 경영 행보가 눈에 띄게 커진 점에 주목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데 이어 IT·모바일(IM) 부문 및 반도체·부품(DS) 부문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 사업전략을 논의했다.

설 연휴 기간에는 ‘반도체 위기론’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시안 반도체 공장도 찾았다. 정부 및 여당 인사와의 만남도 잦아졌다. 지난달에만 문재인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났다.

총수들 활약 기대돼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에서 열린 전국경제투어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수소경제 전략보고회에 앞서 수소경제 전시를 관람했는데 이 자리에 동석했다.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문 대통령 주최 신년회에 참석했으며 청와대 기업인 행사에도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5대 그룹의 재벌 총수급이 이렇게 자주 외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특히 올해는 정부 행사에 많이 참석하면서 ‘재벌개혁’ 기조로 움츠려 있던 지난해 연초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들은 각 그룹사의 얼굴인 만큼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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