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망명정부 ‘자유조선’ 국내 탈북 단체와 연대 정황 포착

김씨 일가 ‘적통’인 김한솔. [뉴시스]
김씨 일가 ‘적통’인 김한솔.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자유조선’이 본격적인 공개 활동에 들어서면서 그들의 정체에 대한 윤곽이 또렷해지고 있다. 이 단체는 ‘천리마 민방위’의 후신으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2월 피살당한 이후 그의 자녀인 한솔·솔희 남매를 피신시킨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미국 FBI가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김한솔이 자유조선과 미 정보 당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의 거취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이드리안 홍 창이 주도…미국서 비밀리에 反北 활동
쿠데타 시 北 내부 동요 억제 위해 김氏일가 ‘적통’ 김한솔 내세운다


북한 ‘김氏 일가’ 중 한 명인 김한솔을 미국 FBI가 보호 중이며, 뉴욕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에 궁금증을 품고 있다. 

김한솔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장남으로, 지난 2017년 2월 김정남이 피살당한 이후 ‘천리마 민방위’라는 조직의 도움을 받아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리마 민방위는 베일에 감춰진 조직으로, 2017년 당시 김한솔 구출 이후 그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하면서 단숨에 주목받았다. 이들은 지난 2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등 점차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올해 3월 단체명을 ‘자유조선’으로 개명했다. 

 

‘자유조선’(전 천리마 민방위)과 접촉을 주장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NKTV' 캡쳐]
‘자유조선’(전 천리마 민방위)과 접촉을 주장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NKTV' 캡쳐]


“각국 동포 결집한
탈북민 조직”


박상학 북한인권단체 총연합 상임대표는 한 언론매체를 통해 지난해 6월 미 국가정보국 행사에서 주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의 주도자로 알려진 에이드리안 홍 창을 만났으며, 그로부터 김한솔의 소재도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박 상임대표는 “본인(에이드리안 홍)이 직접 (김한솔을) 데려왔고 그때 CIA와 같이 움직였고, 지금 미국 땅에서는 FBI 연방수사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에이드리안 홍은 박 상임대표에게 김한솔이 1998년 망명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모인 고영숙이 거주하고 있는 뉴욕 인근에서 FBI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망명설 이후 좀체 알려지지 않았던 김한솔의 거취가 드러나면서 그의 피신을 도운 ‘자유조선’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국내 탈북단체와 접촉 시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지난 27일 유튜브 채널 ‘NKTV’에 자유조선이 자신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컴퓨터공학 교수 출신의 탈북자로, 현재 탈북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게재한 영상에서 “지난달 24일 저녁 9시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비밀통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유조선에 소속된 인물이었다”고 “내가 알아듣지 못하니 (전화) 상대방이 ‘자유조선이라 하니 알아듣지 못하시네. 혹시 천리마 민방위라고 아십니까’라고 되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김 대표와 통화를 나눈 인물의 목소리는 육성이 아닌 기계음이었다. 김 대표는 “저쪽(상대방)에서는 극도로 보안을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많은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며 “그들이 우려하는 몇 가지 상황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지난 28일 자유조선은 홈페이지에 ‘우리 조직의 현재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자신들의 단체에 관한 소개와 언론의 관심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를 담은 글을 올렸다.

이들은 “우리는 자유조선의 도움으로 북한을 탈출해 세계 각국에 있는 동포와 결집한 (탈북민의) 조직”이라며 “우리는 행동으로 북한 내 혁명동지들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뿌리째 흔들것 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정권을 겨냥하는 여러 작업을 준비 중이었지만 언론의 온갖 추측성 기사들의 공격으로 행동소조들의 활동은 일시 중단 상태”라면서 “엄격한 보안상 한국 거주 중인 그 어떤 탈북민과도 연계를 맺거나 심지어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언론은 우리 조직의 실체나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FBI “할 말이 없다”
의혹 ‘솔솔’


‘김한솔 FBI 보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현재 FBI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사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2017년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미국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뉴욕 인근에서 지내고 있다’는 일부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한 확인 요청에 이 같이 답변했다.

또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침입한 범인으로 지목된 미국인 거주자와 미국 시민권자 수배에 미국 당국이 협력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스페인 당국이 이 사건에 대해 여전히 조사 중이며, 조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국무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스페인 경찰 당국이나 미국 법무부에 문의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질문이 나온 배경은 해당 사건의 주동자 중 1명과 미국 FBI가 접촉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얼마 앞둔 지난 2월 22일 벌어졌다. 이곳에 10명의 괴한들이 침입해 대사관 직원들을 가두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은 정상회담에서 북미간 실무협상을 맡은 김혁철 대북특별대표가 스페인 대사를 지낸 사실 등과 맞물려 북한 공작원 개입설 등 여러 의혹이 무성했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스페인 고등법원은 지난달 26일 괴한들 중 1명이 사건 이후 미국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수사 상황을 바탕으로 만든 공식 문서에 따르면 침입 괴한 10명은 한국, 미국, 멕시코 국적자 등이다. 이 가운데 ‘에이드리안 홍 창’이라는 멕시코 국적 미국 거주자가 사건으로부터 5일 후인 지난 2월 27일 사건 관련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국 FBI와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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