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자’ 김한솔…北 망명정부 탄력 받는다

특강을 하고 있는 강명도 교수 [뉴시스]
특강을 하고 있는 강명도 교수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김한솔의 거취를 놓고 여러 의견이 오고가는 가운데 이와 연관된 조직으로 알려진 ‘자유조선’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일요서울은 북한 반체제·반독재단체 자유조선과 그 안에서 김한솔의 역할을 묻기 위해 강명도 경기대학교 교수와 유선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교수는 북한에 있을 당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 보위대학 보위전문 연구실장 등을 지낸 고위층 인물이며, 1994년 대한민국으로 월남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김한솔은 ‘자유조선’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김정남 피살 이후 마카오에 있던 김한솔은 위험에 처해 있었다. 김정남도 망명 직전에 암살된 것이다. (당시 김정남은) 망명을 안 하려던 것이 아니라, 망명하기 위해 이곳저곳과 타진했으나 받아주겠다는 곳이 없어 망설이던 중이었다. 김정남은 이 과정에서 피살됐다. 

하지만 김한솔은 다르다. 아버지(김정남)가 피살됐기 때문에 ‘북한에 의한 희생자’다. 이때는 민주국가 등 국제 사회가 보호해 줘야 하고, 정치적 망명이 가능해진다. 

(김한솔 피신) 이후 천리마 민방위(현 자유조선)가 최초로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릴 때 ‘김한솔을 안전한 국가에 안내했고, 안전한 곳에 우리가 보호하고 있다’며 ‘관련 4개국(네덜란드·중국·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일반 시민단체나 반북단체 등은 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 탈북단체가 많지만, 실상 국제사회에서는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또 여러 나라에 감사한다는 것은 여러 국가가 나서서 도와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나 정부 기관에 있다 나온 사람일 경우에만 가능해 의문스러웠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에이드리안 홍 창이 나오면서 이 단체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이런 활동을 하면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하지만, 멕시코 국적을 가진 미국 거주자가 할 경우엔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에이드리안 홍은 그전부터 비밀리에 반북활동이나 북한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가, 김한솔이 부각되니 자신의 조직을 동원해 그를 보호하는 데 자신의 인맥(예일대 등)을 동원한 것 같다. 

북한은 지금 혈통을 중시하는 왕조국가다. 따지고 보면 김한솔은 김 국방위원장보다 더 ‘적통자’다. 맏아들에 맏손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김한솔을 내세워 망명정부 수반을 만들고, ‘우리는 자유조선을 만들겠다.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향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걸고 망명정부를 수립한 것 같다.


-‘김한솔’을 해외망명정부의 지도자로 내세운다면 ‘김씨 일가’의 연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흔들 수 있는 게 김한솔이다. 김한솔이 무슨 힘이 있느냐고 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서 ‘백두혈통만이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못박아버렸다. 

옛날 이씨 왕조나 고려 왕조 당시에도 적자가 있다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해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나.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항상 ‘현재 왕보다 적통성이 있는 인물이 누구일까’를 찾았다. 이와 똑같은 이치다.

(외부에서 볼 때는 김한솔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다르다. 또 김일성의 증손자고, 김정일의 손자다. (만약 김한솔이) ‘나는 북한인민들에게 독재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와 해방을 주겠다’는 슬로건도 유효하다. 한마디로 북한 내부를 흔들고 와해시키겠다는 의도다.


-북한 내부로부터의 정권교체 실현 여부는.
▲북한은 쿠데타가 아니면 (정권교체가) 안 된다. (이들이) 김한솔을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다.


-자유조선이 내건 망명정부의 실현 여부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 체제를 무너뜨리고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망명정부이다. 이들의 힘이 커지면 한국이나 미국보다 김 국방위원장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조직이 자금력을 갖추고, 세력을 키우고, 국제 역량도 갖췄을 때의 이야기이다. 

상해임시정부도 추인은 못 받았으나 요인들의 투쟁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여파는 있었다. 해외망명정부를 만들어 괜찮은 사람들이 집결하게 된다면 북한 고위층의 망명도 가능하다. (이들은) 이런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자유조선과 미국 FBI 간의 연관은.
▲개입 안 됐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 FBI가) 개입해서 (이들을) 사주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FBI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접촉해 자료를 건네주려 하는 시도는 있었을 것이다. 미국도 실질적으로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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