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열풍이 불고 있다.


1년여 만에 167%의 수익률을 올린 자문형랩이 등장하는 등, 자문형 랩의 높은 수익률이 공개되면서 시중자금이 자문형 랩으로 몰리고 있다. 2010년 초 5600억 원 정도이던 자문형 랩의 규모는 2010년 11월말 현재 3조 9085억 원으로 무려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심지어 판매 5분 만에 5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랩어카운트 상품도 생겨났다.

강남부자들은 지금 너도 나도 펀드를 환매해 랩어카운트에 투자하고 있다. 부자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고 알려진 스타 펀드매니저, 슈퍼개미들도 랩어카운트로 몰리고 있다.

랩어카운트가 펀드를 대체할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자 그 동안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하던 은행들도 내년부터는 랩어카운트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시발점인 자문형 랩 시장은 향후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란 간단하게 말해 증권사에서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계좌를 따로 관리해주는 것이다. 펀드와는 달리 투자자들은 어떤 주식을 얼마만큼 샀는지는 물론, 투자 성과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펀드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종목별 투자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편입할 수 없는 제약이 따르지만, 자문사들은 이러한 제약조건이 없기 때문에 실적이 우수하고 성장성이 있는 10개의 소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주식시장도 시장의 수급을 선점하고 있는 자문사에서 편입하는 10여 개의 종목들과 일부 대형주만 상승하는 소위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 또한 랩어카운트 시장의 효과라고 보인다. 따라서 직접투자를 하고 있는 개미투자자들의 경우에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장의 큰 변화의 흐름을 감지해서 성장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진행해야 되지 않을까 판단된다.

‘1가구 1펀드 시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2007년, 2008년은 그야말로 펀드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로라하던 펀드들의 수익은 무참히 반 토막 나고 말았다. 2년이 지난 지금, 반 토막 났던 펀드들의 수익률은 어떨까? 2010년 7월 기준으로 3년 이상 된 펀드 중 61%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0명 중 6명은 아직도 원금조차 회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펀드가 기대 이하의 수익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랩어카운트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1년간 평균 30%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수익률 70%를 넘긴 랩어카운트 상품도 있다. 하지만 랩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최근에는 이미 시장에서 운용능력을 검증받은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들이 스스로 자문사를 설립하며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 자문사의 명성을 뛰어넘는 대형 자문사들의 탄생이 예견되기도 한다.

이는 초창기 자문형 랩이 최소 1억 원 이상이라는 가입금액으로 인해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기 때문. 그런데 최근에는 최저가입금액 제도가 폐지되면서 가입금액이 1000~3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으며 자금 규모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랩어카운트 가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2007년 펀드 붐이 불 때처럼 무턱대고 ‘묻지마 투자’를 한다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당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랩어카운트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수수료는 어떻게 되는지, 자신의 투자 성향은 어떤지, 랩어카운트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철저하게 공부하고 조사한 뒤 가입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수원정자지점 하형철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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