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미·북 중재 역할은 애당초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도록 묶여 있었다. 영국 BBC 방송은 문 대통령이 미·북 대화를 중재해 북핵 위협을 감소시키는데 성공한다면 ‘외교의 천재’ 소리를 듣고 ‘노벨 평화상’을 탈 수 있지만, 실패하면 ‘나라를 파괴하는 공산주의자,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미·북 중재에 나선 지 1년이 지나면서 “외교의 천재” 찬양 대신 남·북·미 3축으로부터 불신을 당한다. 한국 내 야당과 미국 조야에서는 문 대통령을 ‘북한 외교부장’ ‘북한 대행인’ ‘김정은 수석 대변인’ 이라고 불신한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도 불신 대상이 되었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최선희 북한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의 동맹인 남조선은 중재가 아니다”라며 미국측 “선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와 북한으로부터 모두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된 데는 필시 까닭이 있다.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오판한데 기인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며 보증을 서다시피 확언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김에게는 민족공조에 바탕한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 제재 해제 및 경제지원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나면서 김의 비핵화 의지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로 인해 미국은 김정은과 문재인 두 사람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조야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거짓 보증”을 서준 셈이라며 중재에서 “이젠 빠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진 않고 도리어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설득하며 북한 편에 선다고 걱정한다. 하노이 담판 결렬 후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남·북·미 3자회담을 제안했으나 거절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엿보게 한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도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를 공언하고 민족공조를 강조한 사실을 떠올리며 과감하게 대북 제재를 풀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에 막혀 김정은이 바라는 만큼 나갈 수 없도록 묶여 있다. 북한은 거기에 불만을 품고 남한이 ‘외세의 눈치’나 보며 제재 압박에 매달린다면서 제재 해제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했다. 한·미 간 이간책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면 한·미간의 충돌은 물론 우리 국민들로부터 BBC 지적대로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중재는 미국 측으로 부터는 “거짓 보증”이란 불만을 유발했고 한국 야당으로 부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란 지적을 당한다. 북한으로부터는 “외세의 눈치”나 보는 “외세 굴종” 세력으로 매도된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중재는 한국 야당과 미·북 어느 쪽으로 부터도 신뢰받지 못한다. 전면 재고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미국에서는 “이젠 중재서 빠져야 한다”는 외마디 소리마저 들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남은 비핵화 접근 방향은 자명해졌다. 문 대통령이 2017년 8월7일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밝힌 대로 대북 제재가 “북한이 견딜 수 없다는 순간까지 도달”토록 밀고 가는 길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BBC의 우려대로 “나라를 파괴”하는 지도자로 지탄받지 않기 위해서고 우리의 혈맹인 미국으로부터도 불신당히지 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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