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거짓말 “문재인정부가 일부러 속아주는 거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 [뉴시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일요서울]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한미동맹이 예전같지 않다는 언론보도들이 터져 나왔다. 정부는 당일 미북 정상회담 결렬을 예상도 하지 못했다.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 보니 양국 간 의사소통도 안 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는 얘기다. 외교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들어 이 같은 기조 변화가 더욱더 커졌다고 말한다. 한국과 미국은 더 이상 동맹이 아닐까.

 

“문재인정부나 북한이나 비핵화 입장에서는 한패다”
4.27 판문점 선언문 속 ‘자주통일’, “앞에 ‘반미’ 빠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18일 워싱턴타임즈에 ‘진짜 비핵화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부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북한 비핵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였다.  

기고문에서 윤 의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자신을 핵보유국의 제왕으로 추대해 달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거절했다”며 “김정은은 쇼에 실패하고 빈손으로 돌아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거래 대신에 올바른 협상을 택하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의 신년사를 거론하며 “‘더 이상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실험하지도 사용하지도 확산하지도 않겠다’고 말해 ‘새로운 핵무기’를 추가로 더 제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축해 온 핵무기’를 없애겠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물론 그 ‘새로운 핵무기’도 여러 정보에서 확인되듯 계속 제조하고 있으니, 김정은의 말은 속임수다”라고 혹평했다.

윤 의원은 기고문 말미에서 “지난 1년여간 김정은은 비핵화 프로세스가 아닌 ‘위장 비핵화 쇼’를 진행해 왔다. 앞으로도 이 쇼와 제재 해제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라며 “만일 제재가 풀리고 바닥난 평양 금고에 외화가 채워지면 쇼도 함께 끝날 것이고 북한은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내다 봤다. 

하지만 “반대로 제재가 더 견고하고 강력하게 계속되면 김정은의 핵무장 야욕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회가 있다”라고 마무리했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27일 윤 의원에게 한미관계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요청했다.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 대북제재 등 현안에 대한 견해도 물었다.

 

“미국 정계에서
매우 부정적이다”

 

윤상현 의원은 한미관계에 대해 “역대 최악이다”라고 평했다. 겉으로는 공고하다고 하지만 속은 다르다는 말이다. 윤 의원은 “미국 정계에서 아주 부정적이다”라며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나 교수들한테 ‘한미관계는 역대 최악이다’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두 정부 간 간극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한미가 똘똘 뭉쳐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해야 하는데 오히려 문재인정부는 김정은 편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한편이고 미국이 다른 편인 상황이다. 겉으로는 동맹이다 공조다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부 비핵화 협상 과정에 들어가면 번번히 문재인정부는 김정은의 손을 들고 있다. 이런 데 대한 불만이 매우 증폭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편들고 있는 게 문제다”라며 “북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 대목에서 영단어 ‘coddle’을 꺼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애지중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경제제재, 한국 “풀자”
미국 “더 조이자”

 

윤상현 의원은 북한 비핵화 방법론에서도 문재인정부와 미국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국제제재 틀 안에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재개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자는 거 아니냐.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무슨 소리냐 제재를 더 조여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자”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작년 초부터 김정은이 대남·대미관계에서 올리브 브런치를 하려는 배경은 그만큼 미국과 유엔이 주도하는 국제제재가 잘 먹히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거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김정은이 “시간이 없다”고 실토했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만큼 제재 공조가 세다는 거다”라고 해석했다.

한국정부가 말하는 유엔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윤 의원은 “그것은 결국 폐지하는 거다”라며 “제재를 완화하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완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통치자금이 들어온다면 비핵화를 할 이유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을 믿었다”라고 말하며 “11개월 지났다. 실질적인 비핵화 한 게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김정은 비핵화 약속은 사기다” 윤 의원은 김정은의 비핵화를 사기라고 단정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를 1년 내에 하겠다는 사람이 핵무기 자산 리스트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폐기하겠다는 로드맵도 얘기 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비판적으로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한다며 비판했다. 

 

미국 
“완전한 비핵화는 허구”

 

윤상현 의원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거짓말에 “문재인정부가 일부러 속아주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는 허구다’라고 느낀다”며 미국 분위기를 전했다.

윤 의원은 “미국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일부러 속아주는 거다. 결국은 문재인정부나 북한이나 비핵화입장에서는 한패다”라고 말했다.

알고도 속아주는 남북관계. 그 배경에는 문재인정부의 ‘자주통일’ 의지가 숨어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생각이다. 윤 의원은 4.27 판문점 선언문을 1조를 살펴볼 것을 권했다. 

판문점 선언문 1조는 ‘남과 북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돼 있다.

윤 의원은 문장 끝 부분에 거론된 “‘자주통일의 미래’에 방점이 찍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주통일의 미래’ 앞에 ‘반미’라는 단어가 빠져 있다”며 ‘반미 자주통일’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왜 이러한 정책을 고수하는지 묻자 윤 의원은 “이념화돼 있는 권력의 핵심들이 외교정책, 안보정책, 통일정책을 주도하는데 이분들은 과거 운동권식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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